최근 유료방송 8VSB 허용 등으로 케이블의 생명인 다양성 악화가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우량과 부실 기준으로 PP의 생존 경쟁력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PP 전반에 대한 거시적인 대응을 전제로 차별적 지원을 통해 우량 PP의 역량을 독려하고 키워나가자는 뜻이다.
황근 선문대학교 교수는 9월 24일 개별PP발전연합회가 주최한 중소 개별PP 현실과 활성화 방안 세미나에 참석해 “개별 PP가 활성화되려면 제도정비 차원의 거시정책과 경쟁력 있는 PP를 키우는 차별적 지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서 거시정책은 PP 발전의 문제점으로 꾸준히 언급된 수신료 분배 정상화와 재전송제도 명료화, 8VSB 정책 재고 등을 말한다. PP 발전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리자는 복안이다.
동시에 황 교수는 거시정책을 담보로 한 개별 PP의 차별적 지원에 방점을 찍었다. 이에 황 교수는 2012 방송사업자 재산 상황 공표집을 기초로 137개 개별 PP 중 홈쇼핑과 공익채널을 제외한 119개를 따로 선별한 후, 자의적으로 분석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56개를 제외한 63개 PP를 4개의 그룹으로 나누었다. 기준은 방송투자지수와 재무지표지수로 구분했으며 우량군(1그룹, 8개), 정책적 지원군(2그룹, 23개), 부실군(3그룹, 22개), 정책적 규제군(4그룹, 10개)을 분류했다.
이중에서 1, 2그룹은 독자적인 생존이 가능한 개별 PP로 보고 차별적 지원의 혜택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황 교수의 주장이다.
하지만 황 교수의 PP 발전을 위한 거시정책과 차별적 지원에는 몇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케이블 다양성의 상징인 PP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수술대 위에 올라야 한다는 대의에 이견을 다는 전문가는 없지만, 그 기준을 정하는 대목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개별 PP의 그룹화를 방송투자지표와 재무지표지수로만 재단한 것은, 향후 뛰어난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PP의 잠재적 경쟁력을 성급하게 무시했다는 비판이다.
또 황 교수의 PP 발전 정책이 의도치 않게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의 8VSB 허용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도 있다. 유료방송 8VSB 허용의 맹점 중 하나가 종편 및 케이블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특혜와 더불어 군소 PP의 퇴출에 따른 다양성 훼손에 있기 때문이다. 즉, PP 활성화를 위해 선제적으로 4개의 그룹을 나누어 우량과 비우량의 경계를 확정해 버리면 이는 오히려 8VSB 허용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물론 황 교수의 주장은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방만하게 운영된 PP 시장에 대한 혁신적인 개혁이라는 것에 무게가 쏠린다. 동시에 황 교수의 주장을 바탕으로 PP 활성화 정책에 대해 구체적인 가이드 라인이 다듬어 진다면, 전체 PP 시장에서도 긍정적인 바람이 불어올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