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6일 울산광역시가 시범지역을 제외한 전국 최초 디지털 방송 지역으로 선정되며 본격적인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동시에 방송통신위원회는 아날로그 방송 종료 일정을 발표하며 2012년 12월 31일 예정된 전국 디지털 방송 전환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나섰다. 하지만 과연 디지털 방송의 미래가 밝기만 할까. 이를 알아보고자 본지는 디지털 방송을 독려한다는 명목으로 실시되는 자막고지 및 가상종료의 필요성을 취재하기 시작했고, 이내 이러한 수단들이 미디어의 ‘마지막 공공의 가치’라 불리우는 지상파 직접수신율을 처참하게 떨어뜨리고 있음을 정확한 수치로 최초 확인했다.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가 발행하는 본지의 취재에 따르면 2011년 하반기와 2012년 상반기 디지털 방송 대비 자막고지 및 가상종료가 이루어지고 있는 4개 지역의 직접수신율이 급격히 감소했음을 확인했다. 강원도의 경우 TV 시청기준 2011년 하반기 직수율이 17%에 이르렀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2.3%를 기록했고 부산은 13.5%에서 4.5%로, 전라남도 지역은 약 10%에서 3%, 특히 광주지역은 직수율이 23%에서 무려 18.9%가 하락한 4.1%을 기록하는 등 처참한 기록을 남겼다. 또 전국 제1호 디지털 방송 지역인 울산도 직수율이 반토막 났다는 이야기도 지역 방송가에서 솔솔 흘러나온다.
그렇다면 떨어진 직수율은 어디로 갔을까. 취재 결과 우선 강원지역의 경우 2011년 하반기부터 2012년 상반기동안 케이블 방송 점유율이 약 60%에서 75%로 급격하게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부산의 경우 케이블 방송 점유율은 같은 기간 약 2% 상승하는 것에 그쳤지만 IPTV 가입자 점유율은 기존 10%의 2배인 20%까지 치솟은 것으로 밝혀졌으며, 전남은 워낙 기존 케이블 가입자 점유율(83.4%)이 높아 점유율 추이는 현행유지 수준이었으나 IPTV 가입자가 약 3%에서 6%로 늘어난 것이 눈에 들어온다. 광주는 같은 기간 케이블 방송이 74%에서 83% 수준으로 늘어났다. 정리하자면 가상종료 및 자막고지를 실시하는 지역의 직접수신가구가 대부분 유료매체로 흘러들어갔다는 뜻이다.
원인은 다양하게 분석할 수 있다. 우선 가장 확실한 이유는 자막고지 강화 및 가상종료 실시로 인한 시청자 불만 증가다. 표본 취재한 강원과 부산, 전남과 광주 지역은 디지털 수신기 보급률이 98% 수준이기 때문에 자막고지와 가상종료가 실시된 바 있다. 그리고 각각의 지역에 해당 고지 및 종료를 실시하자 직수율이 그와 비례해 정확히 하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이러한 부분은 시범지역에서도 충분히 불거졌던 문제들이었다. 당시에도 직접수신가구가 자막고지 및 가상종료를 받게 되면, 디지털 수신기를 구입하기보다는 유료매체로 ‘갈아타는 것’에 더 익숙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향후 2012년 12월 31일 아날로그 방송 종료 후 야기될 수 있는 ‘블랙아웃’의 위험성을 고려하면 직수율 하락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유료매체의 공격적인 영업이다. 특히 일부 유료매체들은 디지털 전환으로 인한 자막고지 방송 및 가상종료 등을 가입자 확보의 ‘호기’로 받아들이고 가구별 면대면 영업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유료매체는 영업을 하며 20개에 달하는 채널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특이한 점은 케이블 매체보다는 IPTV의 증가율이 높다는 것이다. 향후 유료매체의 주도권 향방을 짐작할 수 있는 의미심장한 결과다.
개인이 ‘어떤 미디어 플랫폼을 선택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취향의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절대로 직접수신을 강요할 수도 없고 유료매체를 강요할 수 없다. 하지만 미디어는 일반적 정보의 전달을 포함한 ‘공공의 이익’을 추구해야 할 의무가 있다. 특히 지상파 방송의 경우 무료 보편의 서비스를 통한 공적인 책무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런 관점에서 의식 있는 유관단체나 시민단체는 방송사의 직수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미디어의 올바른 자세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전국 디지털 전환을 맞이해 미디어의 대격변이 벌어지고 있는 지금도 단순한 ‘돈의 논리’로만 움직이며 시청권 보장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 지상파 재송신 중단이라는 카드만 만지작거리는 유료 매체는 막대한 지원만 요청하고 있으며, 미디어 복지적 관점에서 지금 당장 추진되어야 하는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는 유료 매체의 입김에 휘둘린 방통위 특유의 ‘일 미루기’덕분에 지금도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가상종료와 자막고지가 무조건 나쁘기만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부작용이 명확한 만큼 이제 확실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또 지상파 내부적으로도 아직 방송사별로 통일되지 못한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에 대한 진지한 ‘의견합일’이 있어야만 미디어의 공공성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 직수율 확보가 어느 정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