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이진범 기자] 2016년 국내외 경기 침체가 지상파 광고 매출 직격탄으로 작용되는 가운데 지상파 사업자들이 17년 만에 최악의 광고 매출을 기록하며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상파 광고 판매를 대행하고 있는 한국방송광고공사와 미디어크리에이트에 따르면 2016년 1, 2월 지상파방송 3사의 광고 매출(TV, 라디오 합계)은 전년 동기대비 약 24%가 폭락한 월 매출액 1천억 원 이하에 머물러 1999년 1월 IMF 경제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몇 년째 지상파의 광고점유율 하락세가 지속되어 왔던 만큼, 올해 남은 기간의 광고 매출 실적을 감안하더라도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케이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와 종합편성채널의 광고 매출은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제일기획이 발표한 ‘2015년 대한민국 총 광고비 결산’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케이블PP와 종편의 광고 매출은 16.7%나 급등했다. 제일기획은 “이러한 추세는 2016년에도 심화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케이블과 종편의 광고 매출은 600억 원 이상 증가하는 반면 지상파 광고 매출은 100억 원 가량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한국방송협회는 “이러한 추세의 가장 핵심적인 원인은 지상파와 케이블 채널에 각각 다르게 적용되고 있는 ‘차별적 광고 규제’에 있다”고 주장했다. 방송협회는 “광고계에서는 CJ E&M 계열 PP와 종편 채널 등은 비교적 느슨한 광고 규제로 자유로운 광고 편성이 가능해 광고 효과가 높다는 말이 나온다”며 “광고주들이 훨씬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는 지상파보다 이들 매체를 선호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비대칭 광고 규제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 9월 광고총량제를 허용한 것도 비대칭 광고 규제 개선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당시 지상파 방송사에서 “중간광고 없는 광고총량제는 광고 활성화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고 강조했듯이 현재 지상파 광고총량제 허용에 따른 효과는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학계에서도 중간광고를 허용치 않는다면 지상파방송의 위기는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 학계 전문가는 “중간광고는 침체된 광고 시장을 살리고 시청자 복지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며 “시청자 복지의 문제는 중간광고 허용을 통해 양질의 프로그램을 확신시킬 수 있는지 여부로 판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해 당사자들이 각자의 입장만 내세울 게 아니라 시청자 중심으로 중간광고의 단계적 시행 방안과 시행착오에 대한 개선 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방송협회 관계자는 “프로그램의 흥행과 광고 매출은 서로 연계되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유독 국내 지상파방송 광고 시장에서는 이러한 상식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지상파방송은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최소한의 재원도 확보할 수 없는 심각한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