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사들이 심각한 재정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지상파 방송사를 중심으로 중간광고를 하루빨리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방송협회는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류 콘텐츠 주역인 지상파 방송사들이 한류 열풍에도 불구하고 제작비 급증과 광고수입 정체로 심각한 재정 위기에 처해 있다”며 지상파 방송사의 적자 상황은 해가 갈수록 더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상파 방송사의 광고비는 지난 2002년 2조7,174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지상파 방송사의 광고비는 2조1,830억 원으로 2002년에 비해 19.7%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광고시장에서 지상파 방송사가 차지하는 점유율 역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지상파 방송사의 광고 점유율은 22.3%로 지난 2002년 39.4%에 비해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한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는 “방송 광고시장만 놓고 보면 83%에서 60% 선으로 점유율이 내려갔다는 보고도 있다”면서 “다른 매체들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면서 과거와 달리 지상파 방송사의 점유율이 많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방송협회 측은 “지상파 방송사들의 영업이익은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며 “지난해 KBS와 MBC, SBS의 영업이익은 모두 합쳐 179억 원에 불과했으며 올해는 적자까지도 예상되고 있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줄어드는 광고수익에 반해 프로그램 제작비용이 점점 상승한다는 점이다. 프로그램 기획의 대형화, 캐스팅 비용의 상승, 특수효과의 활성화 등이 그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재정 위기 문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다.
방송협회는 “지상파 방송사 상황의 경영 위기가 이대로 방치된다면 한류의 실질적 생산자였던 지상파의 생산기반은 붕괴될 수밖에 없다”며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대장금’, ‘겨울연가’, ‘무한도전’, ‘런닝맨’ 등은 자취를 감추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이러한 상황에서 콘텐츠를 담아 실어 나르는 경쟁 플랫폼 사업자들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방송협회에 따르면 인터넷 매체의 광고시장 점유율은 지난 2001년 3.1%에서 지난해에는 22.1%로 약 7배 정도 성장했으며, 유료방송 또한 지난 2001년 2.4%에 비해 지난해에는 14.6%로 6배 가량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을 담당하고 있는 플랫폼 사업자는 콘텐츠에 대한 투자 없이도 큰 이익을 남기고 있고, 콘텐츠 제작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는 콘텐츠의 성패 여부와 상관없이 심각한 재정 위기에 몰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지상파 방송사들은 중간광고 허용을 요구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들은 “시청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반대의 목소리가 있지만 중간광고는 34개 OECD 국가뿐만 아니라 중국, 베트남 등 사회주의 국가에서까지 일반화되어 있는 광고 형태”라며 “이미 케이블과 위성, 종합편성채널 등 지상파 방송을 제외한 모든 매체에서 중간광고가 허용되고 있는 만큼 공정경쟁의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시종일관 강조해오고 있는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원칙’이 중간광고 부분에서도 적용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방송협회 역시 “한류의 지속과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내 콘텐츠 시장의 핵심적 공급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지상파의 재정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조치들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만큼 지상파의 중간광고를 하루빨리 허용해야 한다”며 지상파 방송의 중간광고 허용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