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MMS, EBS만 허용?

지상파 MMS, EBS만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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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백선하)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상파 다채널 방송(MMS)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EBS 우선 실시 후 순차 허용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EBS 우선 실시만으로는 시청자 복지 향상과 디지털 격차 해소에 크게 기여할 수 없어 미봉책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방통위는 1223일 전체회의를 열어 EBS에 한해 내년부터 MMS 서비스를 실시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지상파 MMS 도입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MMS(Multi Mode Service)는 디지털 지상파 TV 1개 채널에 할당된 6MHz 범위의 주파수 대역을 이용해 고화질(HD) 채널 1개 외에도 1개 이상의 표준화질(SD) 채널과 오디오·데이터 채널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압축 기술을 이용한 것으로 지상파 MMS가 활성화되면 지상파 채널이 늘어나 다양한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받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완료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MMS를 실시하고 있으며 OECD 국가들 중 지상파 MMS를 제한하는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한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6년부터 지상파 MMS 도입을 추진했지만 유료 방송 업계에서 지상파 광고 시장 독과점 심화, 지상파 상업주의 심화 등을 이유로 반발하고 나서 10여 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그러던 중 지난 83기 방통위 비전 및 7대 정책에 지상파 MMS 추진이 포함되면서 논의에 속도가 붙고 있다.

문제는 방통위가 EBS에 한해 지상파 MMS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성준 방통위원장 역시 지난 국정감사 자리에서 차세대 기술인 MMSEBS에 한해 실험방송 할 예정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유료 방송 업계의 반발을 우려해 광고를 포함하지 않고 있는 EBS만 우선 허용하겠다는 움직임으로 분석되고 있다.

당장 지상파 방송사와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반발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SBS 관계자는 지상파 MMS 추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게 시청자 복지인데 교육적 콘텐츠 중심의 EBS 채널만으로 시청자 복지가 향상되겠느냐그동안 실시된 수많은 설문조사에서 지상파 MMS의 중요 요소 중 하나로 다양한 콘텐츠 확보가 뽑혔는데 그렇다면 시청자들이 원하는 다양한 장르를 종합적으로 편성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강력하게 항의했다.

앞서 MMS 정책 토론회에 시청자 대표로 참석한 노영란 매체비평우리스스로 사무국장 역시 유료 방송 콘텐츠의 지불 비용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게 현실이기 때문에 무료 방송의 채널 확장은 시청자의 선택권 차원에서 보장돼야 하는 문제라며 지상파 방송사 한꺼번에 MMS를 실시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유료 방송 업계에서는 방통위의 지상파 MMS 정책 방향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CJ헬로비전 관계자는 이미 다채널 시대로 지상파 다채널 도입된다고 시청자 복지가 크게 향상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사회적 가치에 해당되는 다양성 측면에서 공익적 콘텐츠로 MMS를 진행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첨예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방통위의 이 같은 정책 추진 이면에 미래창조과학부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제기되고 있다. 한 방송 정책 전문가는 방통위가 EBS에만 MMS를 허용하고, 미래부가 나머지 지상파 방송사에 지상파 UHD 방송을 허용해 700MHz 주파수 배분을 최소화하려는 정책적 꼼수가 숨어 있을 수 있다며 의혹을 제기한 뒤 굳이 재미없는 공익적 콘텐츠만으로 지상파 MMS를 실시하지 말고 저소득 계층에서도 재미있는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지상파 전체 MMS를 도입해 시청자 복지 향상정보 격차 해소라는 지상파 MMS의 본래 목적을 추구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