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플랫폼 사라지지 않는다

지상파 플랫폼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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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으로서의 지상파 방송의 위상이 여전히 건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기관인 GfK에 따르면 미국에서 지상파 TV만을 시청하는 자들이 1년 전 5,400만 명에서 5,970만 명으로 증가했다. 또한 지난 2010년 14%였던 지상파 직접수신가구가 이번 조사결과 19.3%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The Home Technology Monitor’ 조사의 일부인 ‘The 2013 Ownership Survey and Trend Report’는 지난해 17.8% 가구들이 직접수신했지만 올해는 19.3%의 가구들이 지상파 방송에만 의존해 TV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전체적으로 볼 때 2,240만 가구 총 5,970만 시청자들이 케이블이나 위성, IPTV 등 유료방송에 가입하지 않고 직접수신으로 지상파 방송을 시청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GfK 관계자는 “지상파 직접수신가구가 점차 늘고, TV 시청자들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유료방송에 한 번도 가입한 적이 없는 가구들의 비율도 늘어나고 있다”며 지상파 방송이 중요한 플랫폼으로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DTV KOREA

사실 그동안 플랫폼으로서 지상파 방송의 역할이 줄어들고 있다는 지상파 방송 위기론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다채널 다매체 시대로 접어들면서 지상파 방송이 가지고 있던 절대성이 예전에 비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얼마 뒤면 지상파 방송이 PP로 전락하고, 지상파 방송이라는 단어 자체가 역속 속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번 조사결과는 지상파 방송이 플랫폼으로서의 가치를 여전히 지니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자책이 종이책을 따라잡을 수 없듯이 아무리 많은 매체가 나와도 지상파 방송이라는 플랫폼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학계 전문가들 역시 지상파 방송 없이는 미디어 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지상파 방송이라는 플랫폼은 공공성과 공영성이라는 일종의 공공영역으로 존재해 왔으며, 그 존재만으로 방송의 폭력성과 선정성, 상업성을 어느 정도 견제해왔다는 것이다. 이들은 “우리나라의 경우 지상파 방송이 방송 산업의 중심에 서서 프로그램의 질을 어느 정도 보장하며 이끌고 있는 구조”라며 “일정 수준의 공익적 책무를 지니고 있는 지상파 방송이 없어진다면 시청률 경쟁으로만 치닫고 있는 현실에서 대다수 프로그램은 편파, 왜곡, 저질 방송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상파 방송이 이끌고 있는 다양한 고품격 프로그램, 상업적 영향력으로부터의 독립, 시민 커뮤니케이션의 충실,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배려 등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눈여겨 볼 점은 젊은 성인들이 주도하는 가구의 직접수신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18~34세가 주도하는 가구의 28%가 지상파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는데 이는 35~49세가 주도하는 가구들의 19%, 50세 이상이 주도하는 가구 11%와 비교할 때 매우 높은 비율이다. GfK 관계자는 “이들 가구의 직접수신을 중요하게 봐야 하는 이유는 젊은 가구의 21%가 유료방송에 단 한 번도 가입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라면서 플랫폼으로서의 지상파 방송의 경쟁력은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유료방송 비가입가구의 방송매체 이용 행태 보고서’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직접수신가구 중 97.7%가 앞으로도 유료방송에 가입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상파 직접수신가구가 현재 시청환경에 대단히 만족하고 있다는 이 조사 결과는 지상파 방송의 직접수신 잠재력이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에 김광호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디지털 전환 이후 직접수신가구가 줄어들었는데 다른 나라의 경우 디지털 전환 이후 직접수신가구가 폭증하고 있다”면서 무료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가 도입된다면 직접수신가구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들 역시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 도입이 직접수신율 상승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며 그동안 직접수신 확대 정책을 방치해온 정부 당국이 유료방송 중심의 정책 추진에서 지금이라도 무료 보편적 서비스인 지상파 방송 플랫폼을 지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기사에 인용된 ‘The Home Technology Monitor’ 조사의 일부인 ‘The 2013 Ownership Survey and Trend Report’는 지난 6월 FierceOnlineVideo에 게재된 내용을 DTV KOREA 측이 번역한 자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