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문제의 발생
케이블TV방송협회는 최근 진행되고 있는 지상파 재송신의 대가 청구 소송과 관련하여 “재송신이 보편적 시청권 충족의 요건이 되는 만큼 대가 요구를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보다 앞서, 작년 12월말 지상파 방송사업자가 일부 종합유선방송사업자(“케이블방송사업자”)를 상대로 지상파 방송의 재송신 금지를 구하는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었다. 하지만, 가처분신청의 기각 사유는 보전 필요성에 대한 문제일 뿐, 올해 3월부터 시작된 본안 재판에서 본 사안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어떻게 내려질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이에, 본안 심리의 본격적인 시작에 발맞춰 지상파방송사업자와 케이블방송사업자 사이의 재송신 분쟁에 대한 주요 쟁점들을 우선 법리적으로 검토해보고, 양 당사자의 분쟁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해본다.
II. 주요 쟁점에 대한 검토
1. 재전송 행위의 성격 – 수신 보조 행위 여부
이 쟁점에 대하여는, 케이블사업자의 재송신행위를 재송신행위로 파악하면서, 지상파방송사의 동시중계방송권 침해가 인정될 수 있다는 견해와 독자적인 재송신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이는 결국, 방송법 제78조의 의무 동시재송신 및 저작권법 제85조의 동시중계방송권 조항에 대한 해석을 기초로 하여, 전파에 대한 가공 정도 등을 고려한 재송신방식에 대한 분석, 수신기능 확장의 의미에 대한 판단으로 귀결될 것이다.
2. 사회적 합의의 존재 여부 및 권리남용
지상파방송사업자가 상당 기간 케이블방송사업자의 지상파 재송신 행위를 묵인하였고, 채널조정 등에 대하여 케이블방송사업자에게 업무 협조를 요청했다는 사실을 두고, 과연 재송신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존재하는지 여부 및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양 당사자의 주장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특히,디지털 전환 과정에서도 양 당사자 사이의 합의가 계속 존속될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한 심리 사항이 될 것이다.
3. 기타
지상파방송사업자의 손해 발생 여부와 관련하여, 케이블방송사업자의 지상파 재송신으로 인하여 자상파방송의 수신확장과 광고 수입이 증대되었다는 주장에 맞서 IPTV 등의 재송신 지급 거부 및 계약 조건의 변경 요구 등으로 인하여 지상파 방송사업자에게 실질적인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케이블방송사업자와 위성방송 등 다른 방송사업자 사이의 차별 대우가 공정 경쟁을 저해한다는 의견도 케이블방송사업자의 막대한 투자 등의 공헌도를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에 맞물려 쟁점이 되고 있다.
III. 해결 방안에 대한 제언
현재 소송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법리적인 검토가 우선되었지만, 본건 분쟁은 단순히 사법적인 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우리나라의 거시적인 방송통신 정책과 이에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시청자의 권리에 대한 문제의 해결로 귀결된다. 이 문제를 단순히 지상파방송과 케이블방송사업자의 권리의무 관계만으로 파악하여 지상파 재송신의 대가를 인정하느냐 마느냐의 차원에서 모든 문제가 봉합되지 아니한다. 그렇다면, 일도양단식의 사법적인 해결이 아니라, 양 당사자 뿐 아니라, 이해관계자들 모두가 정책적인 차원에서 접근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방송통신위원회의 중재 역할이 그 어느 사안의 경우보다 요구될 수밖에 없으며, 그 밖에 저작권위원회나 방송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 역할에 더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아울러, 이 문제의 종국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방송법 등의 법령 개정을 통한 입법적인 보완책이 더 요구된다.
IV. 결론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본 사안의 핵심은 지상파 재송신을 둘러싼 방송통신 정책과 시청자의 권리 보호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의 문제이다. 이 문제는 단순히 지상파방송과 케이블방송사업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위성방송, IPTV 뿐만 아니라, 콘텐츠를 제작, 제공하는 업체 등 많은 이해관계자들까지 얽혀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미시적일 수밖에 없는 사법적인 판단에 그칠 것이 아니라, 거시적, 정책적으로 관련 쟁점을 일거에 종국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로드맵과 마스터플랜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사법부의 판단과 별도로, 정책입안, 결정권자의 중재 하에 양 당사자들의 적극적인 협의 및 양보하는 자세가 요구될 것이다.
이재경 건국대 법대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