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11월 중에 반드시 처리하겠다던 지상파 재송신 제도 개선안이 표류하고 있다. 상임위원들의 연이은 사퇴와 더불어 대선 정국의 미묘함이 겹치면서 11월 처리는 물론 연내 처리까지 힘들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애초 이계철 위원장은 지난 10월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참석해 “지상파 재송신 제도 개선안을 반드시 11월 안에 처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양문석 상임위원의 소신사퇴와 더불어 커다란 논란을 빚고있는 신용섭 상임위원의 사퇴 및 EBS 사장 지원으로 인해 방통위가 가지고 있는 ‘합의적 위원회’ 성격이 흔들리면서 덩달아 재송신 개선안까지 결정되지 못하는 분위기다.
동시에 전문가들은 이러한 방통위의 지지부진한 정책 추진을 두고 지난 2월 방통위가 지상파 재송신 제도개선안 일부를 의결한 이후로 가시적인 합의 성과를 도출하는 것에 실패했기에 유선 방송에 의한 지상파 블랙아웃 사태가 또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KBS, SBS, MBC 등 지상파 방송사들이 지난 9월 대형 MSO인 티브로드, 현대HCN, CMB를 상대로 ‘신규가입자에 대한 지상파방송 재송신 금지 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황인데다 위성방송인 KT 스카이라이프까지 SBS와의 재송신 대가 산정 협상에 난항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지금은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지상파의 의무재송신 확대 여부도 변수다. 만약 지상파의 의무재송신 채널 숫자가 변경된다면 재송신료 협상 자체가 완전히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아직 이해 관계자의 의견이 많이 갈리는 상황이지만, 방통위 내부에서는 ‘KBS1까지 허용된 의무재송신 대상을 KBS2까지 확장시키는 것이 옳지 않은가’라는 기조가 감지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한편, 전국 디지털 전환 정국에 있어 새누리당 김장실 의원이 발의할 것으로 보이는 ‘유료 방송 지원 특별법’이 재송신 개선안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클리어쾀 논의에 이어 ‘저소득층 재송신료 면제’ 이슈로 관련 법안의 논쟁이 확전된 이상 방통위의 재송신 제도 개선안에 해당 법안이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칠 것은 기정사실이기 때문이다. 현재 김장실 의원실은 오는 30일 공개 토론회를 열어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회장 최동환)가 추천하는 인사 등 지상파 관계자와 더불어 유료 방송 관계자까지 총망라하는 정책 토론회를 연다고 천명한 상태다. 연내에 처리되기 어려운 방통위의 지상파 재송신 개선안이 김 의원의 법안 발의 및 공개 토론회로 어떤 국면 전환을 맞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