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의무재송신 대전, 복잡한 ‘케이블’

지상파 의무재송신 대전, 복잡한 ‘케이블’

499

재송신료 산정 및 지상파 의무재송신 범위를 둘러싼 격렬한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 방송사의 재송신료 개별 협상이 성과를 거두며 자리를 잡아가는 것과는 별개로, 의무재송신과 디지털 전환을 묶어 ‘미디어 커버리지’를 내세운 주장과 ‘헌법이 보장하는 콘텐츠 가치’를 표방하는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기 시작했다.

최근 한국케이블TV방송협의회(SO 협의회)는 전국 SO 사업자 전체 명의로 작성된 공영방송 무료 의무재송신 입법화와 민영방송 재전송 대가 산정 개선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재송신료 협상에 대한 사회적 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촉구하며 280원으로 책정된 재송신료가 터무니없이 높다는 주장도 내세웠다. 동시에 일부 학계도 동조하기 시작했다. 주정민 전남대학교 교수는 지난 2월 28일 오후 2시 미디어미래연구소 주최로 열린 제2차 2020미래방송포럼 ‘방송 복지 제고를 통한 국민 행복 구현’에 발제자로 나서 시청자의 시청권 확보와 사업자간 이익균형에 기초한 재전송료 산정이 필요하다며 방송통신위원회 산하에 중립적 성격의 `재전송료산정위원회` 설치를 주문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을 반복하는 케이블 방송사, 특히 SO의 상황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현재 각 케이블 방송사 SO가 지상파 방송사와 순차적인 재송신 협상을 마무리하며 그들의 굳건한 연합에 미세균열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들은 재송신료 협상에서 280원이라는 금액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했지만, 결국 지상파 방송사와 순차적으로 재송신 협상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

 

   
 

여기에 N-스크린 분야에서 이루어지는 재송신료 협상 타결도 SO의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는 작년부터 케이블 측과 N-스크린 분야의 MOU 체결을 주도하고 있다. 게다가 이들은 자사의 콘텐츠를 중소 케이블 업체에 제공하는 방식의 새로운 모바일 플랫폼 개척을 시작했으며, 이미 가시적인 성과도 거둔 상태다. 물론 정확한 재송신료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N-스크린 재송신료 수준이 280원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런 어려운 상황속에서, 설상가상으로 제조사까지 케이블 SO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 삼성과 LG는 자사의 스마트 TV에 지상파 N-스크린을 탑재하는 방식의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해당 스마트 TV를 구입한 이용자는 월 6,000원 대의 저렴한 가격으로 스마트 TV에 탑재된 지상파 N-스크린으로 30여 개의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는 당연히 지상파 콘텐츠도 포함되며, 그 외 다양한 유료 방송도 제공될 전망이다.

그러자 당장 케이블을 위시한 유료 방송 업계는 제조사가 플랫폼 운영자가 되려 한다며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 자체가 지상파 N-스크린과 유료 방송, 특히 케이블 PP와의 협력에서 기인했기 때문에 사상누각일 뿐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동시에 작년 여름부터 케이블 방송사는 망중립성 논쟁을 거치며 통신사와 일정정도 결별을 전제했기 때문에, 망 구축 환경을 원하는 새로운 파트너인 제조사와의 관계에 있어 실질적인 불만을 어필하기도 어려울 전망이다.

동시에 많은 전문가들은 재송신료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지상파 의무재송신 범위 현안에도 비슷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 비록 디지털 커버리지 문제 및 보편적 시청권 문제가 의무재송신 확대를 주장하는 근간이지만, 이러한 전제 자체가 유료 방송 플랫폼의 기능을 지나치게 인정한 사태에서 불거졌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런 현안 자체가 헌법이 보장하는 콘텐츠 저작권의 의미와는 별도로 지상파 직접수신률 제고 사업이 더욱 탄력을 받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