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보편적 서비스인 지상파TV의 심야 방송 금지로 인해 시청자 권익이 침해받고 있다. 지상파TV의 방송시간 규제 완화를 통해 시청자들의 매체 선택권이 보장돼야 한다.”
지난 1일 오후 3시 서울 목동 한국방송회관 3층 회의장에서 방송통신위원회 주최로 열린 ‘지상파TV 방송시간 규제완화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한 윤성옥 한국방송협회 연구위원은 “현재 지상파TV의 방송시간을 규제하는 정책 목표가 명확치 않다. 또한 규제 목표 부재로 인해 규제를 통한 효과 역시 측정하기 힘들다. 이는 정당성이 없는 규제이므로 당연히 폐지되어야 한다”며 위와 같이 주장했다.
1960년대 초 텔레비전 방송이 시작된 이후 주로 전력과 석유 등의 에너지 절약을 위한 명분하에 규제를 받아온 지상파TV는 방송국 허가증에 기재된 운용허용시간(06:00 ~ 이일 01:00) 내에서 방송해야 하며, 이를 벗어난 시간대에 방송하기 위해서는 방통위의 사전승인을 받아야 한다.
“저소득계층 심야방송 접근권 보장해야”
이날 발제자로 참석한 황준호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방송전파정책연구실 부연구위원은 ▲시청자 권익 증진의 측면에서 무료 보편적 지상파TV에 대한 접근권 및 선택권 확대 ▲방송사업자의 편성의 자유 및 독립성 보장 ▲다매체 다채널 시대 방송매체 간 공정경쟁 보장 ▲에너지 절약 명분의 퇴색과 행정력 낭비 등의 측면에서 지상파TV 방송시간 규제가 완화되어야 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시청자 권익 증진 측면에서 지상파TV의 심야방송이 허용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황 부연구위원은 “유료방송에 가입하지 못한 사회적․경제적 취약계층은 심야방송에 있어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며 무료 보편적 서비스인 지상파TV를 통해 심야시간대 방송 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유료방송 프로그램의 선정성과 폭력성 등이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건전하고 공익적인 지상파TV의 프로그램을 심야시간에 제공함으로써 시청자들의 선택권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윤 연구위원 역시 이에 공감하며 “우리나라 연간 콘텐츠 투자 비용 1조 2천억 원 가운데 지상파방송사의 투자가 약 9천억 원이다. 시청자들은 당연히 지상파 프로그램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지상파TV의 방송시간 규제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사업자 입장이 아닌 시청자 입장에서 시청자들의 권익을 중요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임성원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정책개발팀장은 “심야방송 허용에 앞서 현재 지상파TV의 성격과 보편적 시청권 등에 대한 개념을 정리하는 것이 우선시되어야 한다”며 “먼저 의무전송채널인 KBS1과 EBS만 심야방송을 허용하고, 나머지는 단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심야 방송 광고 쏠림 가능성 적을 듯”
이날 토론회에서는 심야시간대 지상파TV의 광고집중 심화 등 지상파TV 방송시간 자율화에 따른 우려도 제기됐다.
임 정책개발팀장은 “지상파 광고집중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라며 “유료방송을 시작한 지 15년 만에 경쟁력 있는 자생 콘텐츠가 나오고 있는데 이러한 부분이 어느 정도 안정화되고 지상파TV와 대등한 경쟁을 할 수 있을 때까지 단계적으로 유예하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했다.
이에 정두남 한국방송광고공사 연구위원은 “실제 심야방송을 허용한다고 해서 지상파 광고 쏠림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황 부연구위원 역시 “심야시간대 방송에 따른 지상파TV 3사의 광고수익은 낮시간대에 비해 그리 크지 않을 전망”이라며 “최근 지상파방송의 광고수익 정체 내지는 저하가 장기적 추세임을 감안하면 심야시간대 지상파 방송이 실시된다고 해서 광고수익이 집중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서 광고 재원으로 운영되는 지상파와 가입료가 주재원이 되는 유료방송의 광고 점유율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란 지적도 제기됐다. 윤 연구위원은 “영국에서는 수신료로 운영되는 BBC를 제외한 다른 지상파 방송의 광고 점유율이 73%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지상파방송의 광고 점유율이 약 68%다. 우리나라보다 지상파 방송의 광고 점유율이 높은 영국에서는 지상파 독과점이라는 말 자체가 안 나온다”며 광고 재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지상파방송의 광고 점유율이 높은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