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는 지난 6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누들로드>에 이은 KBS글로벌대기획 2탄 <요리인류>를 차세대 UHD(Ultra High-Definition, 초고선명) 콘텐츠로 공동 제작하기 위한 서명식을 가졌다.
KBS와 LG전자, LG디스플레이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이번 콘텐츠 제작은 유료방송에만 집중된 미래창조과학부의 UHDTV 상용화 전략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UHD(해상도 3840×2160)는 현재 방송 중인 HD(해상도 1920×1080)보다 4배 더 선명한 화질을 자랑하는 차세대 방송 기술로 몇 년 이내로 현재 방송 중인 HD 콘텐츠를 대신할 미래 방송 기술의 핵심이다.
KBS는 이번 협약을 통해 세계 주요 방송사보다 한 발 앞서 양질의 UHD 콘텐츠를 선점하고, LG 측은 UHDTV 프로모션을 위한 킬러 콘텐츠 확보로 전 세계 UHDTV 시장에서 유지한 고지를 차지한다는 전략이다.
이번에 제작될 <요리인류>는 지난 2009년 제작돼 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상(ABU상) TV 다큐멘터리 부문 대상과 세계 최고의 방송상인 피버디상을 수상한 <누들로드>의 후속작으로 인류의 공동 관심사인 음식(빵, 향신료, 고기)을 주제로 전 세계 요리와 인류 식문화를 조명한다.
서명식에 참석한 장성환 KBS TV본부장은 “세계 최고의 명품 다큐멘터리를, 대한민국 최초로 UHD라는 차세대 기술에 담아 시청자들에게 제공함으로써 공영 방송 KBS의 공적 책무를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KBS와 LG전자, LG디스플레이의 이번 시도가 전 세계 UHDTV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UHD 시장을 선점하는데 있어 가장 부족한 점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콘텐츠 문제를 지상파 방송사와 제조사가 힘을 합해 해결함으로써 또 하나의 모범 답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최근 미래창조과학부가 추진하고 있는 UHDTV 상용화 전략이 케이블,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에만 집중되어 있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앞서 미래부는 지난 6월 ‘차세대 방송기술 발전전략’을 발표하면서 케이블 방송은 2014년부터, 위성방송은 2015년부터 UHDTV를 조기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런데 미래부는 이 같은 전략을 발표하면서 제대로 된 UHD 콘텐츠 제작능력을 갖춘 지상파 방송사에 대한 정부부처의 정책은 단 한 줄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한국방송협회 측은 “UHD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지상파 방송을 배제하고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지킬 수는 없다”며 “최대 콘텐츠 생산자인 지상파를 배제한 미래부의 차세대 방송 로드맵은 열차 없이 철로만 건설하는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라고 비판했다.
관련 전문가들 역시 “UHDTV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수상기뿐만 아니라 우수한 콘텐츠 공급이 수월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유료방송이 UHD 콘텐츠 제작에 뛰어드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 “방송장비부터 환경, 저장장치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인 개혁이 필요한 만큼 지상파 방송사 없이는 힘들 것”이라며 미래부의 정책 방향이 지상파 방송사 위주로 이뤄져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어 미래부가 이 같은 업계 반응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