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지상파 방송사도 9월 중순부터 광고의 종류와 시간을 자유롭게 편성할 수 있게 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7월 1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광고 총량제 도입과 가상‧간접 광고 및 협찬 고지 규제 개선 등을 골자로 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개정된 방송법 시행령은 대통령 재가를 거쳐 공포 후 2개월 뒤에 시행될 예정이다. 이로써 방송 광고 시장은 1973년 이후 42년 만에 큰 폭의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광고총량제는 방통위가 프로그램 광고 6분, 토막 광고 3분, 자막 광고 40초 등 유형별로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는 현 제도를 앞으로는 전체 광고 허용량만 정해 주고, 종류‧횟수‧시간 등 세부 사항은 각 방송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광고총량제가 시행되면 유형별 규제 없이 9분에서 최대 10분 48초 이내에 자율적 편성이 가능해진다.
이미 광고총량제를 실시하고 있던 유료방송은 그동안 남아 있던 토막 광고 3분, 자막 광고 40초 등 형태별 규제를 완화해 10분 12초에서 최대 12분 이내 총량제를 적용키로 했다.
방통위는 또한 현재 지상파와 유료방송의 스포츠 중계 프로그램에만 허용하던 가상 광고를 교양‧오락 프로그램에 확대 적용키고 하고, 유료방송에 한해서 시간당 5% 허용 기준을 7%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단 어린이를 주 시청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과 보도‧시사 등 객관성과 공정성이 요구되는 프로그램에는 가상 광고가 금지된다.
협찬 고지 금지도 개선된다. 방송 광고가 금지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기관이 공익성 캠페인이나 공익 행사를 협찬할 경우 협찬 고지가 허용된다. 다만 주류나 의료 등 방송 광고 금지 품목에 대해서는 주무부처와 협의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통위는 “방송 광고 시장의 활성화뿐 아니라 고품질 방송 콘텐츠 제작 촉진도 기대된다”며 “다만 이번 규제 완화로 시청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추가로 확보된 광고 재원을 콘텐츠 제작에 투자할 수 있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개정된 방송법이 시행되더라도 ‘조선일보(TV조선)’, ‘중앙일보(JTBC)’, ‘동아일보(채널A)’ 등 주요 신문과 종합편성채널이 우려하고 있는 지상파로의 광고 쏠림 현상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주요 신문과 종편은 “지상파 광고총량제가 시행되면 신문이나 잡지, 유료 방송 등 다른 매체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하다. 지상파 광고 몰아주기로 신문의 재정적 기반인 광고가 위축되면 미디어 다양성 역시 침해될 수 있다”며 광고총량제 도입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왔다.
하지만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는 광고총량제가 도입돼도 지상파 방송사에는 연간 120억 원 정도의 효과만 있을 뿐 신문 업계에서 우려하는 2,000억 원 정도의 광고 증대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한국방송협회 역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은 지상파 방송사에 대한 불합리한 규제에 변화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을 뿐 내용을 보면 종편과 유료방송에 더 많은 광고 시간을 허용하는 등 그간 누려온 광고 제도의 특혜를 더욱 확대, 강화하고 있다”며 신문 업계와 종편 측 주장에 반박했다.
실제로 그동안 신문 업계와 종편 등은 지상파 방송사의 광고총량제만 문제 삼을 뿐 유료방송이 얻는 이익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개정된 방송법 시행령에 따르면 중간광고는 프로그램의 종류와 상관없이 지상파 방송사에는 금지된 반면 종편 등 유료방송에서는 보도 프로그램에까지 무차별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간접 광고나 가상 광고도 마찬가지다. 지상파 방송사에는 방송 시간의 5% 까지만 허용된 반면 유료방송은 7% 까지 간접 광고와 가상 광고를 넣을 수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광고 총량제의 효과가 크지 않은 만큼 방통위가 목표로 하고 있는 광고 시장의 활성화와 고품질 콘텐츠 제작 등을 위해선 지상파 방송사에도 중간 광고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선 한 중간광고 관련 세미나에 참석한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중간광고는 침체된 광고 시장을 살리고 시청자 복지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했으며, 김봉철 조선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역시 “중간광고를 공익에 반하는 규제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공익을 위한 물적 토대를 마련해주는 제도로 봐야 한다”면서 광고총량제와 함께 중간 광고도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방송광고균형발전위원회도 KBS, MBC, SBS 등 지상파방송 중간 광고 허용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방통위에 제출하며 “중간 광고 없는 광고총량제는 광고 시장 활성화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고 건의한 바 있어 중간 광고 허용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