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4일 최성준 방통위원장이 향후 3년 간 지상파방송 광고총량제, 중간광고 도입 등을 통한 광고 규제 완화로 방송 콘텐츠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제3기 방송통신위원회 비전 및 주요 정책 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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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백선하)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달 중 지상파 광고총량제를 입법 예고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간광고 없는 지상파 광고총량제는 광고 시장 활성화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지상파 측 주장과 지상파 광고총량제는 지상파에 대한 특혜라는 유료 방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향후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방통위 상임위원들은 이번 주 중으로 광고총량제를 비롯한 지상파방송 광고 규제 완화 법안의 입법 예고를 논의하고 이달 중으로 입법 예고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고총량제는 방통위가 프로그램 광고 6분, 토막 광고 3분, 자막 광고 40초 등 유형별로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는 현 제도를 앞으로는 전체 광고 허용량만 정해 주고, 종류‧횟수‧시간 등 세부 사항은 각 방송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지상파방송의 광고 독점 우려가 있는 만큼 광고 허용량을 최소화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광고총량제가 도입된 유료 방송의 경우 광고 총량이 평균 10분, 최대 12분으로 책정돼 있다.
방통위의 이 같은 움직임은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원칙의 연장선상에서 그동안 지상파방송에만 엄격하게 적용된 광고 규제를 일정 정도 완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방통위는 지난 8월 3기 방통위 정책 과제를 발표하면서 지상파 광고총량제를 연내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종합편성채널과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등 유료 방송 업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자 연내 입법 예고하고 의견 수렴 절차를 밟겠다는 것이다. 입법 예고는 법을 제정하거나 개정‧폐지할 경우 미리 입법안의 주요 내용을 국민들에게 알려주는 것으로 입법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문제점을 검토해 법에 대한 신뢰와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절차다.
방통위가 지상파 광고총량제의 연내 입법 예고를 방침으로 세운 만큼 지상파 방송사와 유료 방송 업계 간 갈등은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종편과 PP 업계에서는 “지상파 광고총량제가 도입되면 토막‧자막 광고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프로그램 광고를 더 많이 판매하게 돼 지상파 방송사의 광고 수익이 급상승할 것”이라며 지상파 광고 쏠림 현상이 우려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방송 광고 시장은 한정돼 있는데 지상파 방송사에 광고가 몰리게 되면 종편과 PP의 광고 매출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지상파 방송사들은 유료 방송 업계의 이 같은 지적이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한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는 “현행 시간당 최대 10분의 광고 판매율이 50%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중간광고 없는 광고총량제의 현실적 효과는 극히 미미하다”며 “지난해 지상파 방송 3사의 영업이익률은 0.6%에 불과해 지상파 방송의 지속가능성 마저 위협받는 상황에서 방통위는 광고총량제에서도 지상파와 유료 방송 간 차별을 두겠다는 방침인데 이게 어떻게 지상파 편애가 되겠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방통위는 광고총량제 허용에 이어 광고총량제 기준 변경, 유료 방송의 간접 광고 증대 등 잇따른 규제 완화를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규제 완화 방침은 지상파 규제 완화에 반발하고 있는 유료 방송 업계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일종의 ‘당근책’으로 풀이된다.
ⓒ한국방송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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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유료 방송 업계의 주장과 달리 지상파 광고총량제 허용만으로는 지상파 방송사의 광고 수익은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다수다.
학계에서도 중간광고 없이 지상파 광고총량제만 허용한다면 지상파방송의 위기는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중간광고 도입과 광고 시장 활성화’ 세미나에 참석한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중간광고는 침체된 광고 시장을 살리고 시청자 복지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며 “시청자 복지의 문제는 중간광고 허용을 통해 양질의 프로그램을 확신시킬 수 있는지 여부로 판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해 당사자들이 각자의 입장만 내세울 게 아니라 시청자 중심으로 중간광고의 단계적 시행 방안과 시행착오에 대한 개선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봉철 조선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역시 “중간광고를 공익에 반하는 규제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공익을 위한 물적 토대를 마련해주는 제도로 봐야 한다”며 지상파 방송사에 광고총량제와 함께 중간광고도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지난 3월 방송광고균형발전위원회(이하 균형발전위)도 KBS, MBC, SBS 등 지상파방송 중간광고 허용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방통위에 제출한 바 있다. 균형발전위원인 김민기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지상파 중간광고 없는 광고총량제는 광고 시장 활성화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며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중간광고 없는 지상파 광고총량제의 효과가 미미하다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됨에도 불구하고 지상파 광고총량제 허용에 대한 유료 방송 업계의 반발은 잦아들지 않고 있어 지상파 광고총량제 허용 실시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