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 쥐어짜기인가, 현명한 활용인가?

주파수 쥐어짜기인가, 현명한 활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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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전파진흥협회가 오는 12월까지 TV 화이트 스페이스(TVWS)를 발굴해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슈퍼와이파이, 하이브리드 고화질 방송,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등 다양한 서비스를 실시하기 위해서 이른바 ‘유휴대역’을 찾겠다는 복안이다. 이에 한국전파진흥협회는 올해 말까지 어느 지역에서 어떤 주파수가 비어있는지 전수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주파수 혼선과 간섭을 막기 위해 지상파 방송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사용할 수 있는 주파수를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DB가 만들어지면 10월까지 DB접속 프로토콜 구현, 무선국 허가 신청을 마칠 예정이며 늦어도 11월에는 해당 대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장비 개발을 끝낸다는 방침이다.

동시에 미래부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미래부는 지난 7월 MBC, 제주테크노파크, 케이블컨소시엄, 한국전력공사(자체부담), 위월드(자체부담) 5개 컨소시엄을 시범사업자로 선정해 내년부터 정식 시범서비스를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미래부는 올해 말까지 정부지원금 3억5,000만 원과 자체 부담금 등 총 15억 원으로 TV 화이트 스페이스 시범서비스에 필요한 장비를 개발한다. 이번에 선정된 사업자들은 해당 기술을 이용한 슈퍼 와이파이 등의 서비스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검증하는 것이다. 물론 해당 대역은 비면허 서비스다.

하지만 TV 화이트 스페이스 활용을 두고 ‘과도한 주파수 쥐어짜기’라는 비판이 상존하는 대목은 부담이다. 물론 방송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대역을 골라내는 DB 작업이 선행되긴 하지만 명확한 기준점이 없는 전파의 특성상 혼신이 일어날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디지털 전환 이후 가뜩이나 방송이 활용하는 주파수가 적은 상황에서 무리한 TV 화이트 스페이스 발굴은 곧 주파수 넝마현상을 부추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특히 TV 화이트 스페이스의 기본적인 속성을 염두에 두면, 해당 비판은 더욱 가열된다. 실제로 TV 화이트 스페이스는 지상파 방송의 혼․간섭을 방지하여 방송 시청자를 보호하기 위해 설정된, 그야말로 ‘시청자 보호를 위한 대역’으로 이해된다. 그런데 이를 TV 유휴대역이라는 이름으로, 마치 남아도는 주파수 자원인양 포장하여 통신 서비스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은 시청자의 시청권을 저해하고 무료 보편의 지상파 방송 존립 목적을 훼손하는 무책임한 정책이라는 비난이 일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2012년 9월 21일 구 방통위가 전파법의 하위 법령인 ‘무선설비규칙 개정(안)’을 통해 TV 화이트 스페이스 대역을 통신 서비스에 활용하려는 계획을 세웠을때 방송 진영에서는 강력히 반대했었다. 특히 이동형 서비스에 해당 기술이 활용될 경우 심각한 난시청 사태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TV 화이트 스페이스는 지상파 방송 주파수 사이에 존재하는 일종의 ‘혼선 방지 마지노선’으로 정의할 수 있으며 이를 통신 기술에 맹목적으로 활용할 경우 보편적 방송 서비스의 붕괴도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다.

동시에 일각에서는 최근 구글의 미국 회이트 스페이스 DB가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의 인증을 받은점을 들어 미래부와 한국전파진흥협회도 비슷한 노선을 취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재 구글은 통신사나 케이블 사업자가 경제성을 이유로 서비스 제공을 포기한 낙후지역에 비면허주파수를 활용해 무선 브로드 밴드 서비스를 공급하는 ‘슈퍼 와이파이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미국 정부가 미국 전역에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보급하려는 사업과도 무관하지 않으며 이러한 구글의 꼼꼼한 로드맵에 사실상 FCC가 백기를 든 것으로 보인다. 작년만해도 FCC가 버지니아를 비롯한 4개 주에서 슈퍼 와이파이 시범 서비스를 시행할 때 지상파 방송사들은 ‘주파수 혼간섭’의 이유를 들어 맹렬하게 반대했지만, 이제 분위기가 완벽하게 바뀐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케이블 업체까지 TV 화이트 스페이스 쟁탈전에 나섰다.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케이블 TV 박람회인 ‘전미케이블협회(NCTA)’ 쇼에서 마이클 파월 NCTA 회장은 FCC 의장과의 대담에서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해서라도 슈퍼 와이파이가 보급돼야 하고 이를 위해 정부 허가 없는 주파수 비(非)면허대역을 케이블업계에 허용해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무선의 영역을 활용하여 케이블 업체들이 자신들의 활로를 찾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국내의 TV 화이트 스페이스 활용을 주도하는 진영이 통신 진영이라는 것만 제외하고는 비슷한 흐름이다.

미래부는 결국 TV 화이트 스페이스 활용을 슈퍼 와이파이 용도로 활용할 복안을 강력히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방송의 혼간섭을 최소화 하겠다는 전제는 분명히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해명은 작년 이동형 통신 서비스 기술에 대응하는 구 방통위의 태도로 볼 때 쉽게 믿음이 가지 않는다. 당시에도 구 방통위는 TV 화이트 스페이스 활용을 이동형 통신 서비스에 적용하면 혼간섭의 영향으로 국지적인 난시청 현상이 발생한다는 우려에 대해 전국을 ‘그리드’로 나누어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다소 황당한 대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물론 TV 화이트 스페이스 활용과 그에 따른 슈퍼 와이파이 기술 등은 케이블과 통신의 발전, 그리고 대한민국의 IT 위상 강화를 위해 피할 수 없는 길일 수 있다.

그러나 TV 화이트 스페이스를 ‘노는 TV 주파수’라고 정의내리고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전제다. 2012년 12월 31일 전국 디지털 전환이 완료되고 올해 10월까지 지역별 채널 재배치 사업이 진행되면 방송사는 활용 가능한 채널이 46개에서 38개로 축소된다. 여기에 미국식 디지털 전송방식을 활용함에 따라 주파수 효율성도 떨어지는 마당에, TV 화이트 스페이스를 슈퍼 와이파이 기술로 쓰게 된다면 심각한 난시청 사태가 발생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방송이 포함된 협의체 구성의 강력한 동력 드라이브와 혼간섭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기술적 대안이 절실한 때다.

현재 미래부는 슈퍼 와이파이 및 다양한 서비스를 위해 TV 화이트 스페이스를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결국 해당 계획의 성패는 방송 혼선 문제로 귀결될 것으로 보인다.(해당 기사는 TV 화이트 스페이스와 관련된 보강기사를 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