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 정책,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나

주파수 정책,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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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점을 찾지 못하는 정부 조직 개편안을 둘러싸고 여야의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는 가운데, 새정부의 국정 표류는 당분간 장기화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새누리당이 방송 정책을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양분해 맡는 방안을 제시하는 한편 방송중립과 관련된 특별법 제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민주통합당이 정식으로 거부해 당분간 파행은 이어질 전망이다. 여기에 새누리당의 ‘야당 발목잡기 프레임’이 진하게 묻어있는 것은 물론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직 개편안의 중요 현안이 되고 있는 방송 정책 중 유독 주파수 정책에 대해서는 여야가 ‘정책 이원화’로 가닥을 잡고 있다는 소식이다. 정책 이원화란 방송용 주파수는 방통위가 관장하고 통신용 주파수는 미과부가 관장한다는 뜻으로 기존 인수위 원안에는 모든 주파수 정책을 미과부가 담당한다고 명시된 바 있다. 하지만 민주통합당은 인수위의 주파수 정책에 정면으로 반박하며 공공의 자원인 주파수 정책을 독임제 미과부가 관장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며 날을 세웠다. 동시에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회장 최동환)를 비롯한 많은 언론시민사회단체도 방송 정책과 주파수 정책을 분리할 수 없다는 민주통합당의 주장에 찬성하며 여당에 대한 공세의 수위를 끌어 올렸다.

그러나 뒤이어 협상 자체가 난관에 봉착하며 방송광고 정책 및 IPTV, 케이블 방송 정책 관장 이슈가 급부상하며 상대적으로 주파수 정책은 이슈의 중심에서 멀어져 갔다. 그러던 중 민주통합당은 주파수 이원화 정책을 타협안으로 내세우며 이를 지리한 협상 과정의 ‘히든 카드’로 활용했지만 새누리당과 청와대가 모든 논의를 원점으로 돌리자 IPTV 이관 문제와 함께 주파수 정책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버렸다.

그런데 5일 복수의 정당 관계자 및 일부 언론에 따르면 방송 정책에 대한 여야의 이견이 팽배한 가운데 주파수 정책 이원화에는 양측이 상당부분 접근했다는 설이 파다하다. 주파수 정책을 이원화시켜 각각 방통위와 미과부가 맡은 다음 신규 주파수 발굴 및 할당은 국무총리실이 맡도록 하는 방안이 바로 그것이다. 이를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 가칭 주파수정책심의위원회를 구성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만약 상황이 이렇게 되면 주파수 정책은 커다란 변곡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통신용 주파수로 용도 변경이 확정적인 1.8/2.1/2.6GHz 대역 주파수의 빠른 할당이 이루어짐과 동시에 방송과 통신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700MHz 대역 주파수 할당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700MHz 대역 주파수는 전국 아날로그 방송 종료 이후 확보 가능한 주파수로서, 비록 파이시티 인허가 건으로 구속되었다 최근 풀려난 최시중 전 위원장이 방통위 전체회의를 열어 상하위 40MHz 폭을 통신에 할당하긴 했지만, 아직 그 용도가 완전하게 정해진 주파수가 아니다. 지금도 지상파와 통신사는 700MHz 대역 주파수 할당을 주장하며 치열하게 물밑 경쟁을 계속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주파수 이원화 정책이 현실화되면 700MHz 대역 주파수의 정의를 둘러싼 논란도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를 방송용으로 보느냐 통신용으로 보느냐에 대한 논란이 예고되고 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이번 주파수 정책 이원화가 민주통합당의 원안대로 현실화되면, 700MHz 대역 주파수가 방송용 주파수로 인정받을 확률이 높다고 주장해 관심을 끌고 있다. 이는 현재의 주파수 용도를 기준으로 구분한 방법이다. 이에 지상파 전문가들은 주파수 정책 전부를 민주적 합의제인 방통위가 관장하는 것이 옳다는 전제 하에 차선의 선택으로 “700MHz 대역 주파수를 방송용 주파수로 인정해 방통위에서 관장하는 방안이 가장 효과적이고, 그런 분위기도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러한 주파수 정책 이원화 방안은 여전한 맹점을 남긴다. 만약 700MHz 대역 주파수를 방송용 주파수로 인정해 국무총리실 산하 심의위원회에서 방송에 할당한다고 해도 추후 UHDTV 및 기타 차세대 뉴미디어 기술을 상용화 했을때 부족한 주파수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방통위는 UHDTV 등 뉴미디어 발전을 위해 필요한 추가 주파수를 발굴해야하고, 그 과정에서 통신용 주파수를 쥐고 있는 미과부와 힘겨루기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통신분야도 마찬가지다. 당장 부처간 칸막이에 막혀 방송의 미래가 암담해지는 상황이 닥치는 셈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주파수 이원화 보다는 주파수 정책의 일원화가 합당하다는 전제로 “방통융합의 시대를 맞아 민주적 합의제 위원회에서 방송과 통신에 걸맞는 주파수 관리를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고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