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도 구글처럼 인앱결제 ‘꼼수’
방통위 “‘이행강제금’으로 적극 대응할 것”
[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구글이 최근 시행한 아웃링크 방식의 결제를 금지하는 정책이 위법하다는 취지의 유권해석을 내놓았지만 정작 업계 반응은 시큰둥하다. 최악의 경우 구글이 소송전도 불사할 수 있는데 장기전으로 돌입할 수도 있어 국내 콘텐츠 업계와 애꿎은 소비자만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구글은 최근 자사 애플리케이션 마켓인 플레이스토어에서 개발자가 제공하는 결제 시스템을 삭제토록 했다. 새 정책을 준수하지 못한 개발자는 4월 1일부터 앱 업데이트를 제출할 수 없고, 6월 1일부터는 플레이스토어 내에서 해당 앱을 삭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인앱결제 또는 인앱결제 내 제3자 결제만 허용하겠다는 것으로 아웃링크를 통한 외부 결제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인앱결제란 구글이나 애플이 자체 개발한 내부 결제 시스템으로만 유료 앱과 콘텐츠를 결제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구글은 게임 앱에만 적용하던 인앱결제를 모든 앱과 콘텐츠에 확대하기로 했다. 다만 사업자와 소비자 반발을 감안해 30%의 수수료율을 △게임 30% △일반 구독 콘텐츠 15% △웹툰·전자책·음원 10% 등으로 조정했다.
구글은 제3자 결제까지 허용했기에 법을 준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인앱결제는 최대 30%, 인앱 내 제3자 결제 방식도 최대 26%의 수수료가 부과된다. 사실상 큰 차이가 없는 ‘꼼수’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구글 정책에 따라 웨이브나 티빙, 시즌 등 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들도 줄줄이 요금 인상에 착수했다. 구글 인앱 결제 의무화 정책에 따라 약 15% 정도의 수수료를 현재 요금에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애플도 결국 구글의 방식을 택했다. 애플은 인앱결제 외에 제3자 결제를 허용하고 기존 인앱 결제 대비 4%p 낮은 수수료를 받기로 했다. 그동안 콘텐츠 앱에 최대 30% 수수료를 받아온 애플은 오는 6월부터 제3자 결제에 대해선 26%의 수수료를 받을 예정이다. 애플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이행 계획서를 방통위에 제출했다.
방통위는 4월 5일 구글의 새 정책에 대해 “전기통신사업법 제50조제1항제9호의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은 것이다.
방통위가 판단한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는 △앱 내에서 아웃링크 방식의 결제를 진행토록 하는 앱 업데이트를 제한하거나 삭제하는 경우 △웹 결제 아웃링크 등 다른 결제방식을 사용하는 앱 개발사의 앱 마켓 이용을 정지하는 경우 △API 인증 차단 등 다른 결제방식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경우 △다른 결제방식의 요금 등 이용조건을 특정한 결제방식보다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유리하지 못하게 제한하는 경우 △앱 마켓 노출이나 검색 결과에서 불리하게 취급하는 등의 경우 등이다.
방통위는 다만 최종 법 위반 여부와 제재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은 사실조사를 통해 거래상의 지위, 강제성, 부당성 등을 종합 고려해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방통위는 우선 실태 점검을 통해 위반 여부를 확인하고 위반 사실 확인 시 사실조사로 전환할 계획이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입법 취지를 충실히 실현해 제도를 안착하도록 법과 시행령을 적극적으로 적용해 이용자의 실질적인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방통위의 발표에 구글은 ‘최근 대한민국 방통위의 보도자료를 확인했으며, 그 내용을 살펴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업계에선 방통위가 구글을 향해 선전포고를 했지만 구글이 법의 허점을 파고들었기 때문에 당장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반응이다. 또한 구글이 방통위 제재에 불복하고 소송전에 돌입하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기에 결과 예측도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제재가 나올 때까지 버틸 개발자들은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애플까지 가세해 시간 끌기 전략으로 버틸 경우 업계와 애꿎은 소비자만 가운데서 피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