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도쿄올림픽이 7월 23일 개막했다. 역사상 유례없는 무관중 올림픽에 코로나 확진으로 취소 가능성까지 언급됐지만 21일 소프트볼을 시작으로 올림픽의 문은 열렸다. 올림픽 중계를 맡은 지상파 방송사는 현지 파견 인력 규모는 최소한으로 하는 대신 중계 종목을 다양화하거나 해설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겠다는 전략을 내세웠지만 시작부터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KBS, myK 6개 전용채널로 빈틈없는 중계
KBS는 △도쿄올림픽 특집 홈페이지 오픈 △myK 6개 독점 전용채널 운용 △올림픽 특집 디지털 콘텐츠 ‘스포츠 문제아들’ 서비스 등으로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입장이다. myK에서는 6개의 전용채널을 운영해 한국팀 경기 중계에 열을 올리고 있다. KBS는 “이 6개 채널은 타사에 없는 독점 영상”이라며 “지상파와 중복되지 않게 같은 시간에 펼쳐지는 한국팀 경기와 세계적 관심 경기를, 나머지 3∼6 채널에서는 신설종목 및 비인기종목을 집중 편성해 324개 금메달이 걸린 33개 전 종목을 채널이 허용하는 한 모두 중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KBS는 안정된 중계를 보여주고 있다. 개막식 중계에선 1위를 차지했다. KBS는 이재후·박지원 아나운서와 함께 평창올림픽 개·폐회식의 총감독을 맡았던 송승환 PMC프러덕션 예술감독이 해설위원으로 참여해 다양한 설명을 이어갔다. 이날 KBS는 8.4%라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 뒤를 SBS(4.8%), MBC(4%)가 이었다.
논란의 MBC, 개막식에 이어 남자축구 예선 경기에서도 물의
도쿄에 파견하는 방송단 규모를 예년에 비해 50% 이상 줄인 MBC는 안정환과 허구연을 전면에 내세우며 고품격 해설을 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개막식에 이어 잇따른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MBC는 23일 개막식 중계방송을 하면서 24번째로 입장하던 우크라이나 선수단 소개에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진을 올렸다. 1986년 발생해 공식 사망자만 3,500명, 피해자 40만 명 등 최악의 원전 참사로 처참한 희생을 불러왔던 사건이었다. 아이티 선수단 입장 때는 ‘아이티 폭동’ 사진을 썼다. 그러면서 ‘대통령 암살로 정국은 안갯속’이라는 자막도 같이 올렸다. 엘살바도르 선수단을 소개하는 자료 화면에는 비트코인 사진을 넣기도 했다. 이외에 올림픽과 무관한 음식 사진을 대표 사진으로 올리는 등 최악의 중계방송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논란이 거세지자 MBC는 중계방송 마지막에 “오늘 개회식 중계방송에서 우크라이나, 아이티 등 국가 소개 시 부적절한 사진이 사용됐고, 이 밖에 일부 국가 소개에서도 부적절한 사진과 자막이 사용됐다”며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해당 국가의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어 “불편을 느끼신 시청자분들께 사과의 말씀 드리겠다”며 “앞으로 더 정확한 방송으로 도쿄올림픽을 함께할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수정해가겠다”라고 했다.
하지만 MBC의 실수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MBC는 25일 일본 이바라키현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 남자 축구 B조 예선 대한민국 대 루마니아 경기를 생중계하면서 ‘고마워요 마린 자책골’이라는 문구를 삽입했다. 당장 비판이 이어졌다. ‘상대방 선수를 조롱하는 것이냐’, ‘스포츠 정신을 훼손하는 문구다’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개막식 ‘호평’ SBS
MBC와 달리 SBS는 개막식 중계에 호평을 받았다. SBS는 각국 선수단이 입장 시 해당 나라의 위치를 소개하면서 ‘독도’를 먼저 부각시켰다. 아시아 국가 지도를 보여줄 때 독도에서부터 ‘줌아웃’을 해 해당 나라의 위치를 보여주는 식이었다. 또한 선수단 입장 때마다 각국의 위치와 정보를 하단 그래픽을 통해 보기 좋게 설명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 때문에 누리꾼들 사이에선 ‘중계는 SBS’라는 말이 오고 갔다. 실제로 양궁 여자 단체, 배구, 유도, 수영 등 주요 경기에서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양궁 여자 단체 경기 시청률은 9.3%(이하 닐슨코리아 수도권 기준)로 6.7%의 MBC와 6.1%의 KBS2를 제쳤고, 금메달을 딴 순간 최고 시청률은 10.2%를 기록했다. 2049의 시청률은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SBS는 현지 파견 인력을 줄이는 대신 버추얼 중계 스튜디오를 준비하는 데 6개월 간 공을 들였다. 앞서 SBS는 “야심차게 준비한 버추얼 중계 스튜디오는 도쿄 현지와 싱크로율 100%에 가까울 정도로 생생한 현장감을 안겨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뉴미디어 플랫폼도 다양하게 준비했다. 우선 경기 일정에 대해 인공지능(AI)이 분석한 내용을 매일 제공한다. 꼭 봐야 할 경기 일정은 물론 AI가 비인기 종목을 포함한 전체 경기 일정을 종합해서 제공한다. 유튜브 채널에서는 TV로 중계되지 않은 경기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가장 빠르게 볼 수 있도록 다양한 경기의 하이라이트 편집 영상을 준비했다. 매일 오후 2시~4시 사이에는 SBS 라이브24에서 ‘경기는 길고, 뉴스 장면은 짧은’ 이용자들을 위해 하이라이트 영상을 방송하면서 실시간 채팅창으로 함께 경기를 보는 것 같은 즐거움을 나눌 수 있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