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해임제청안 발의, 30일 해임제청안 상정, 9월 6일 비공개 논의 진행
11일 임시 이사회에서 재논의 후 12일 임시 이사회에서 청문 예정
[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KBS 이사회가 김의철 사장 해임을 위한 본격적인 절차 밟기에 나섰다. 이전 KBS 사장 해임 과정과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의 공영방송 이사회 재편 과정 등을 미루어보면 이번에도 속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오는 12일 임시 이사회에서 김 사장 해임안이 의결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권순범‧김종민‧이석래‧이은수‧황근 등 여권 추천 이사 5명은 8월 28일 김 사장 해임제청안을 발의하며 “대규모 적자로 인한 경영 악화, 직원 퇴진 요구로 인한 리더십 상실, 불공정 편향 방송으로 인한 대국민 신뢰 추락 등으로 인해 사장으로서 직무수행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여권 추천 이사들이 발의한 해임제청안은 30일 열린 정기 이사회 긴급 안건으로 상정됐고, 이사회는 오는 12일 김 사장에 대한 청문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총 11명인 KBS 이사회는 최근 남영진 전 이사장과 윤석년 전 이사 등 야권 추천 이사들이 잇따라 해임되면서 기존 여야 4:7에서 6:5 구도로 재편됐다.
KBS 이사회의 이 같은 움직임에 김 사장은 30일 입장문을 통해 “저에 대한 해임제청은 지난 5월 말 한상혁 방통위원장 해임 이후 정부 여당이 진행해온 일련의 과정 연속선상에 있다”며 “30년 동안 유지돼 온 수신료 통합징수 제도를 아무런 사회적 논의 없이 한 달 만에 폐지했고, KBS 이사장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정미정 EBS 이사 등 공영방송의 야권 추천 이사 4명을 한 달여 만에 해임했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사장 임기 내내 KBS의 공영성과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다”며 “여권 이사들이 내놓은 △대규모 적자로 인한 경영 악화 △직원 퇴진 요구로 인한 리더십 상실 △불공정 편향 방송으로 인한 대국민 신뢰 추락 등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김 사장은 우선 대규모 적자에 대해 송구하다고 말한 뒤 “KBS의 주 수입원은 수신료, 광고, 콘텐츠판매수익인데 광고가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강도 높은 재정 안정화 대책과 비상경영을 통해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심정으로 비용을 긴축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입 악화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KBS는 상업성, 영리성을 우선할 수 없다”며 “다른 상업방송이 하지 않는 공적책무를 KBS를 어떤 상황에서도 충실히 이행해야만 하기에 경영적자 폭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직원 퇴진 요구로 인한 리더십 상실에 대해선 “일부 직원들이 사장 퇴진 요구를 했다고 해서 회사가 통제되지 않는다거나 방송에 차질을 빚는 일은 전혀 없었다”며 “회사의 시스템이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직원들의 사장 퇴진 요구를 해임 근거로 삼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불공정 편향 방송으로 인한 대국민 신뢰 추락에 대해선 “KBS는 여전히 대한민국에서 가장 신뢰 받는 언론으로 굳건히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대국민 신뢰 추락’이라는 주관적 평가를 근거로 이사회가 사장을 해임하려고 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비판했다.
김 사장은 “여권 추천 이사들의 해임 사유는 사실에 근거하지 않았거나 주관적 판단에 따른 주장에 불과하다”며 “이번 해임제청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KBS와 대한민국 공영방송 제도의 정치적 독립을 전면 훼손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날 김 사장은 “해임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말한 뒤 향후 진행상황에 따라 법적 대응도 하겠다고 예고했다.
KBS 이사회는 6일 비공개 회의에서 김 사장 해임 제청안을 놓고 찬반 토론을 진행했다. 이날 비공개 회의에는 11명의 이사 전원이 참석해 장시간 열띤 토론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KBS 이사회는 오는 11일에도 찬반 토론을 이어가기로 했다. 이후 12일에는 김 사장에 대한 청문 절차를 진행한다. 김 사장의 출석 여부는 불투명하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김 사장 출석과 상관없이 이날 해임제청안에 대한 표결이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