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재승인 심사 ‘이번엔 제대로(?)’ ‘이번에도 역시나(?)’

종편 재승인 심사 ‘이번엔 제대로(?)’ ‘이번에도 역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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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성 심사 강화한다고 했지만 자의적 판단 악용 가능성 있어
종편 여전히 ‘편파 방송’‧‘콘텐츠 투자액’ 등 재승인 조건 이행 미흡
“MBN 미디어렙 사례 반복되지 않게 해야 해”

[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MBN을 제외한 종합편성채널 3사에 대한 재승인 심사가 마무리됐다. 이전 재승인과 마찬가지로 봐주기 심사가 나올지 아니면 이번에는 이전과는 다른 심사 결과를 내놓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가 구성한 종편 재승인 심사위원회는 2월 20일부터 4박 5일 동안 종편에 대한 재승인 심사를 완료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심사는 끝났지만 위원들 간 논의를 거칠 문제들이 있어 검토 중”이라며 “3월 중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방통위는 종편에 대한 재승인 심사 기본 계획을 공개하면서 “종편의 사회적 영향력이 지상파 못지않게 커진 만큼 종편도 사회적 책임이나 공공성을 가져가야 한다”며 이번 심사에서는 공정성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방통위는 이번 심사에서 ‘공적 책임‧공정성‧공익성 실현 가능성 및 지역‧사회‧문화적 필요성’과 ‘방송 프로그램의 기획‧편성‧제작 및 공익성 확보 계획의 적절성’ 등 두 항목의 점수가 50% 이하일 경우 650점이라는 기준과 상관없이 재승인 여부를 재고하겠다고 했다.

재승인 심사위원장인 김재홍 방통위 부위원장 역시 “공적 책임이나 공정성 등 핵심 항목에서 기준 점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사업자가 나올 경우 승인 취소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방통위의 이 같은 거듭된 입장 발표에 일각에서는 혹시 이번에는 조금 다른 평가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기대 섞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 방송사 관계자는 “종편 대다수가 재승인 당시 계획을 실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재승인 취소에 해당하지만 엄격하게 심사한다고 해도 현재 흐름상 조건부 재승인 정도로 마무리 될 것”이라며 “아무리 철저하게 한다고 해도 그동안 정부의 심사 과정을 볼 때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민주언론시민연합 관계자는 “재승인 심사가 취합됐는데도 방통위가 의결에 대한 일정조차 정확히 내놓지 않고 있어 업계에서는 최저 점수에 미달되는 종편이 나온 것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하다. 한 종편사 기자들이 현직 국회의원에게 재승인 관련 로비를 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들리고 있다”며 “벌써부터 방통위 심사 결과를 불신하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시민사회단체에서도 우려의 시선들이 쏟아지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민주언론시민연합 등 10여개 언론‧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언론단체비상시국회의는 2월 28일에 이어 3월 6일에도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에도 종편 봐주기, 면죄부 심사 결과가 나온다면 방통위는 종편 특혜를 보장하고, 종편의 뒤를 봐주는 집단이냐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며 “재승인 심사를 똑바로 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방통위가 이번 심사를 엄격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2014년 첫 재승인 심사보다 심사위원의 자의적 판단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는 “중분류 항목인 ‘공적 책임, 공정성, 공익성 실적 및 계획의 적정성’의 배점은 20점이 더 낮아졌고, 새롭게 신설된 ‘공익성 관련 방송 프로그램 실적 및 이행 계획의 우수성’은 ‘공익성 관련’이라는 모호한 기준으로 재승인에 불리한 총점을 보완할 ‘보너스 점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언론노조는 종편 미디어렙에 대한 첫 번째 재허가 심사 또한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현재 미디어렙 심사 항목은 결합 판매 평가를 제외한 지상파 미디어렙의 심사 항목을 전용한 것”이라며 “이런 심사 항목은 2015년 MBN 미디어렙의 불법 영업 사례에서 나타난 1사 1렙이라는 종편 미디어렙의 특수성을 전혀 반영하고 있지 않을 뿐더러 불법‧편법 협찬과 거래에 대한 방지 평가는 미디어렙의 ‘자율 규제’ 실적만을 근거로 하기 때문에 심사위원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높다”고 꼬집었다.

또 감점 항목인 ‘시정 명령 및 과태료 횟수와 시정 명령에 대한 불이행 횟수’는 건당 1점 감점이 적용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MBN 미디어렙 사례와 같이 2억4,000만 원이라는 과징금과 시정 조치의 경중을 따지지 않고 건당 감점을 하는 방식은 심사의 적정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언론단체비상시국회의는 “종편은 광고 직접 영업이라는 특혜를 악용해 방송을 광고와 맞바꾸는 방식의 광고 영업을 하는 등 언론으로서 최소한의 공적 책무마저 뒷전으로 던져버렸다”며 “방통위가 종편의 온갖 불법, 부당행위들에 손 놓고 있는 사이 방송의 공정성과 객관성, 정치 중립의 원칙들은 철저히 무너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