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 민주화 운동 왜곡 방송을 비롯해 종합편성채널의 8VSB 허용 및 수신료 압박, 여기에 미디어렙 연기 등을 통한 직접 광고영업 추진을 골자로 하는 4사의 비빌회합이 만천하에 알려져 충격을 준 가운데 종편이 미디어 업계에서 연이어 대형 악재를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이 고개를 들고 있다. 동시에 이를 제어하고 올바르게 바로잡아야 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데일리 고발뉴스는 6월 11일 단독보도를 내고 종편 4개사 정책 담당자들이 정기적으로 회합을 가지며 8VSB 허용 및 기타 민감한 미디어 정책 이슈에 대해 조직적으로 대응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혀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동시에 데일리 고발뉴스는 종편 4사 정책 담당자들의 비밀 문건을 입수했다고 밝히며 해당 문건에는 미디어렙 관련법 시행 연기와 8VSB 종편 허용과 같은 추가 특혜를 위한 공동대책을 논의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해당 문건에는 ‘8VSB 종편 허용이 미디어렙 시행을 연기하는 것에 비해 국민적 저항이 적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문구와 ‘종편 4사의 미래창조과학부 출입기자를 통한 정부와의 공조와 압박, 기획기사 가능성 대비’에 대한 부분이 나온다. 명백한 종편특혜를 위해 4개사가 기민하게 협조하는 방안을 천명하는 한편, 정부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동시에 국회는 본회의장 대형 스크린에 종편의 비밀회합을 폭로하는 영상이 등장하는 진풍경을 자아냈으며 일부 시민단체는 종편을 고소하기도 했다. 여기에 종편이 의무재송신 자격을 유지하는 한편, 역설적으로 케이블에 수신료를 요구하는 주장을 굽히지 않아 PP협의회가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도 연출되었다.
하지만 종편의 좌충우돌은 여기서 끊이지 않는다.
6월 20일 민주당 노웅래 의원실은 보도자료를 내고 2012년 종편 사업자들 대부분이 재방송 비율과 콘텐츠 투자에서 애초 사업 계획의 절반도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해 논란이다. 실제로 노웅래 의원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제출받은 ‘2012년 종합편성 방송채널사용사업자 이행 실적’을 보면, 종편 4사의 지난해 재방송 비율은 애초 낸 사업 계획보다 훨씬 높은 편이다. 특히 26.8%를 계획한 <TV조선>은 56.2%로, 23.6%를 계획한 <채널A>는 56.1%로, 사업 계획의 두 배가 넘는 재방송 비율을 보였다. 하지만 압권은 JTBC였다. 이들은 당초 재방송 비율을 5.6%로 계획했으나 실제로는 그 10배가 넘는 58.99%의 재방송 비율을 기록했다. 그나마 32.9%를 계획한 <MBN>은 40%를 기록했다.
여기에 20일 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내 1위 인터넷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가 자사의 뉴스스탠드에 종편 3사를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뉴스스탠드 입점 문턱을 감안하면 정치적인 ‘협상’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동시에 이러한 ‘사고뭉치’ 종편을 제어하고 견제해야 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미흡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물론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이 종편 재승인을 앞두고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왜곡 방송을 감안하겠다는 뜻을 펼쳤지만 그 진정성을 두고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은 판이하게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종편을 지상파와 동등한 규제로 묶는 ‘종편특혜 환수법’을 발의해 눈길을 끌지만 이러한 시도가 효과를 낼 지는 미지수다.
이런 상황에서 강력한 야당의 역할을 해줘야 하는 민주당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의원들이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와 눈길을 끈다. 앞서 언급한 종편 비밀회합 폭로 당시에도 확인할 수 있듯이 야당인 민주당이 그에 걸맞는 ‘야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배재정 의원, 윤관석 의원 등 소위 방송에 대한 풍부한 이해와 ‘전투력’을 가진 의원들이 대거 다른 상임위로 건너간 부분과 전병헌 의원마저 원내대표로 선출되어 상대적으로 민주당 미방위원의 역할에 소홀해진 부분은 아쉬운 대목이다. 심지어 MBC 출신인 신경민 의원도 법제사법위원회로 자리를 옮기면서 우려는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