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맞불작전’ 실패

종편, ‘맞불작전’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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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한 지 불과 4개월 만에 ‘종합편성채널 위기설’이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초반부터 ‘애국가 시청률’에도 못 미치는 낮은 시청률로 고전을 면치 못하더니 이제는 야심차게 준비했던 프로그램마저 줄줄이 폐지되는 굴욕을 당하고 있다.

특히 MBC나 SBS, 음악전문 케이블채널인 Mnet과 같은 날 녹화나 방송 날짜를 잡으며 ‘맞불작전’ 카드를 꺼내든 종편의 간판 가요 프로그램들이 차례로 폐지 수순을 밟고 있어 콘텐츠 경쟁력에서 지상파 방송사와 상당한 격차를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MBN의 ‘Show K Music’은 시청률 저조와 섭외 난항 등을 이유로 지난 2월13일 9회를 마지막으로 공식 종영됐고, 토요일 저녁에 방송하다가 일요일 오후로 방송시간을 옮긴 채널A의 ‘K-Popcon’ 역시 시청률 저조를 이유로 지난 3월6일 13회를 마지막으로 종영했다. 마지막으로 Mnet ‘엠카운트다운’과 동시간대 방송되던 JTBC의 ‘뮤직 온 탑’ 역시 시청률 저조로 무기한 결방을 결정하며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기존의 가요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던 ‘똑같은 무대’ ‘똑같은 가수’들을 내세운 종편의 ‘붕어빵’ 프로그램들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히 이치다. 전문가들은 종편의 프로그램 경쟁력 상실이 바로 종편 위기설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현재 종편은 ‘제작투자 확대→콘텐츠 경쟁력 상승→시청률 상승→광고비 증가’라는 방송의 선순환 구조가 붕괴된 상황이다. 제작 여건은 점점 더 열악해지고 있고, ‘킬러 콘텐츠’ 부재로 콘텐츠 경쟁력도 떨어져 시청률 상승을 기대할 수도 없다. 결국 ‘시청률 하락→광고 매출 하락→제작비 감축→콘텐츠 약화→시청률 재하락’과 같은 악순환이 반복될 경우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시장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최근에는 종편의 마지막 자존심이었던 TV조선의 <한반도>마저 시청률 1%대를 벗어나지 못한 채 조기 종영되자 이제는 매각설까지 시장에 오르내리고 있다.

정민수 한국신용평가 애널리스트는 “종편이 부진한 시청률과 광고단가 하락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막대한 초기 자본투자에도 불구하고 종편이 시장안착에 실패한다면 결국 종편 간 또는 대형 방송사업자 간 M&A 소용돌이에 내몰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매각보다는 ‘무작정 버티기’로 안정적인 시청률을 회복할 때까지 시간을 벌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어 종편의 미래는 더욱 짙은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