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그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다

종편, 그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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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2일 언론개혁시민연대는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12만 쪽 분량의 종합편성채널 승인 심사 자료를 수령하고 본격적인 검증 작업에 착수했다. 이미 언론연대는 김상조 한성대학교 교수를 TF팀 좌장으로 위촉하고 당장 7월 말에 주주구성과 자본 흐름을 분석한 1차 자료를 발표하겠다고 전했다. 종편의 탄생부터 이를 구성하는 자본의 흐름까지 세세하게 분석하겠다는 의지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셈이다.

현재 종편은 생존의 갈림길과 극적인 반전의 간극에서 방황중이다. 종편 4사 비밀담합의 결과물인 8VSB 허용 주장이 만천하에 알려지며 플랫폼을 둘러싼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는 와중에 재승인 시기도 조금씩 목을 옥죄이고 있다. 여기에 종편의 일상적인 방송사고와 더불어 의심스러운 정황까지 모두 드러날 판이다. 가히 건곤일척의 순간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돌이켜보면, 화려한 특혜 속에서 탄생한 종편은 그 시작부터 상당히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연출한 바 있다. 의도적으로 화려함만을 추구한 개국식에서 울며 겨자먹기로 자리한 기업의 광고주가 찡그린 난처한 표정과 그 앞에서 벌어지는 섹시한 걸그룹의 공연, 그리고 신입사원들의 일사분란한 ‘소녀시대식 군무’까지. 그리고 이런 분위기는 첫 방송을 시작한 이후로도 계속 이어졌다.

사실 초기의 종편은 자기 몸이 뚱뚱한지 날씬한지도 모른체 무조건 비싼 옷만 입은 사람과 다를 바 없었다. 꽤 오랜 기간동안 논의되었던 미디어 (악)법과는 달리 종편 4사의 채널은 급조된 티가 역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콘텐츠 시장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화려한 미래만을 남발하며 대대적인 세몰이를 감행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는 참패. 빠른 시간안에 채널 브랜드를 상승시키려는 욕심은 대규모 자본을 막무가내로 동원하는 결과로 나타났고, 이는 황금채널도 상쇄시키지 못한 완벽한 실패로 결론이 났다.

여기에 자본을 동원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압력은 일종의 보너스다. 하지만 종편은 끈질겼다. 그리고 이들은 ‘쇼’의 느낌을 가미한 보도 채널로의 변신을 꾀했으며, 여기에는 일정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 당시는 대선 정국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뉴스’에 목말라 있었으며, 종편은 그 ‘뉴스’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재미있게, 혹은 저렴하게 포장해 시장에 내놓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종편의 전략은 일석이조였다. 다른 콘텐츠에 비해 제작비가 적게 들어가는 ‘뉴스 쇼’의 특성은 종편 스스로도 만족스러웠으며 사람들의 관심도 끌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보수 정권의 탄생은 종편의 어깨를 더욱 들썩이게 만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또 상황이 급변했다. 대선 정국에서 재미를 본 종편의 자극적-본능적인 보도 방식이 도마 위에 오르며 엄청난 비난을 받았기 때문이다. 가수 장윤정 논란부터 시작해 5.18 광주 민주화 운동 폄훼, 안철수 의원의 히틀러 비유까지.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끝까지 참았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결국은 백기를 들고 종편에 대한 대규모 제재를 내리기에 이르렀다. 당장 전 정권의 실정을 꼬집은 진영에서는 “4대강 사업이 자연 생태계를 거덜냈으면 종편 4사는 미디어 생태계를 거덜냈다”고 한탄할 지경이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언론연대가 종편의 탄생과 운용을 세세하게 분석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당장 [미디어 오늘]의 단독보도를 통해 국방송예술진흥원의 공금 수백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최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김학인 전 이사장이 종편에 수십억 원의 투자를 약속했으며, 박근혜 정부 첫 중소기업청장에서 낙마한 황철주씨가 대표로 있는 주성엔지니어링은 복수의 종편사에 30억 원씩 투자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위기다.

동시에 업계에서는 한동안 잠잠하던 종편 인수설이 다시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물론 CJ의 종편 인수설은 현재 CJ의 상황을 고려할 때 쉬운 일이 아니라 하더라도, 최소한 종편을 둘러싼 일정 정도의 역학구도는 변하지 않겠느냐는 분석까지 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