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정책’, 그 불안한 항해(航海)

‘종편 정책’, 그 불안한 항해(航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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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법의 국회 재입법 절차가 아직도 법적 논쟁 중이라는 사실은 중요하다. 만약 미디어법 무효 판결이 나오면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절차는 무효화되는 것이다. 이는 엄청난 사회적 낭비를 초래한다. 따라서 헌법재판소(이하 헌재) 결정 이후까지 종편 사업자 선정을 미루는 것이 마땅하다.”

 

지난 1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언론정보학회 주최로 열린 ‘종편채널 도입 정책, 진단과 모색’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위와 같이 종편사업자 선정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미디어법에 대한 법적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9년 7월 방송법과 신문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대리투표와 재투표 등 입법 권한을 침해하는 위법한 절차가 있었다고 판결하고, 국회가 이를 시정하라고 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주도하고 있는 국회는 헌재의 판결을 이행치 않았다. 이에 민주당은 2009년 12월 다시 헌재에 국회가 재입법 절차를 진행하지 않아 부작위에 의한 권한침해가 발생했는지 여부를 가려달라고 요청했고, 지난 6월 공개변론을 진행한 상태다.

 

토론자로 참석한 이남표 MBC 전문연구위원 역시 “배가 잘못된 항로로 가고 있다면 바로 잡아야 하고, 폭풍이 오고 있다면 다시 항구로 돌아와야 한다. 배가 떠났다고 해서 그냥 밀고 나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김 교수의 의견에 동의했다. 김 교수는 이어 “법적 논란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종편 선정 절차를 밟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헌재 결정을 무시하고 종편 도입을 강행한다면 최소한 종편 도입 명분처럼 경쟁력 있는 사업자를 선정하고 이를 통해 방송산업의 발전은 물론 공익의 증대를 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대칭 규제 VS 동일 규제

현재 종편 도입에 있어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비대칭 규제’다. 종편 도입 찬성론자들은 신규 사업자인 종편이 조기 정착하기 위해선 의무재전송, 채널 특혜, 광고 특혜, 편성 및 심의 특혜, 방송발전기금 등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비대칭 규제가 결국 경쟁력이 부족한 사업자에게 특혜를 주는 것에 불과하다는 반박이 나오면서 비대칭 규제를 둘러싼 논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종편은 뉴스를 하는 방송사다. 이는 사회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종편 역시 지상파와 마찬가지로 공익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동일 내용 동일 규제의 원칙’이 전제되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기 부경대 교수도 “방통 융합이 가속화될수록 지켜야 할 단순한 원칙이 바로 동일 사업 동일 규제의 원칙”이라며 김 교수의 의견에 공감을 표했다.

 

이에 김관규 동국대 교수는 “종편을 통해 기대하는 것은 지상파 방송의 콘텐츠 독점 해소와 활성화, 그리고 이를 통한 글로벌 미디어그룹의 창출”이라며 “이런 부분을 생각한다면 신규사업자인 종편에 대한 배려는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이날 세미나 참석자들은 대체로 비대칭 규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김동률 KDI 연구위원 역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규제를 가하면 더 왜곡될 수밖에 없다”며 “최근 정치권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종편 선정이 준칙주의로 가고 있는데 이들이 자율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복싱 선수가 링에 올라올 때 연습을 하고 올라와야 하는 것처럼 종편이 충분히 경쟁력을 갖춘 상태에서 시장으로 나와야 하지 따로 특혜를 줘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발제자인 김재영 충남대 교수는 비대칭규제는 유지하되 그 방향과 내용을 지상파 방송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김 교수는 “지상파 특히 지역 방송의 경쟁력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토록 공적 개입해야 한다”며 의무재송신 대상에서 종편을 제하고 대신 지역 지상파 방송을 포함시키는 등의 방법을 제안했다.

 

 

종편 도입 목표 자체가 부당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는 종편을 도입하고자 했던 정책 목표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종편 도입 찬성론자들이 주장하는 종편채널 선정으로 인한 지상파 독과점 해소와 방송 산업의 활성화에 의문을 나타냈다. 김 교수는 “지상파 방송의 독과점은 계속 완화되고 있는 상태다. 지상파 방송의 시청점유율은 물론 광고시장 점유율도 2005년 37%에서 2007년 33%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며 지상파의 독과점은 정당한 주장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남표 MBC 전문연구위원도 “지상파 방송의 시장지배력은 서서히 약화되고 있다. 설사 시장지배력이 있는 사업자라고 인정하더라도 신문자본을 통해 보수 신문이 새로운 독과점을 하는 것이 왜 정당화되는지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전문연구위원은 이어 “종편의 주 소득원은 광고일 수밖에 없는데 방송광고시장은 비탄력적이다. 광고시장 규모는 동일한데 비슷한 사업자가 늘어날 경우엔 파괴적 경제학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일반적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면 소비자가 이득을 봐야 하는데 방송산업의 경우엔 시청자 복지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일반적인 논리”라고 덧붙였다.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백기자  bsunha8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