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직 협상, 결론은?

정부 조직 협상, 결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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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던 정부 조직 개정 협상이 드디어 타결됐다.

3월 17일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국회에서 만나 양당 원내대표와 수석부대표가 참석한 4인 회동을 통해 주파수 정책 이원화 및 IPTV-케이블 SO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사업 재허가 및 법령 재개정 시 방통위원장 동의 필수), 그리고 방송통신위원회의 중앙행정기관 법적 지위 유지와 국회에서 여야 동수의 ‘방송 공정성 특별위원회’ 운영 등을 골자로 하는 정부 조직 개정안에 전격적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전날인 16일 심야 협상과 17일 오전 회담이 연달아 결렬되며 한 때 협상 자체가 더 늦어지는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결국 17일 오후 2시간에 거친 마라톤 협상에서 양측은 일정정도 협의점을 찾아냈다.

   
 

이번에 합의된 내용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우선 지상파 방송과 보도·종편 채널사업자(PP), 방송광고, 방송용 주파수, 개인정보보호 등은 방송통신위원회에 존치하고 종합유선방송(SO), 위성방송, DMB, IPTV 등 뉴미디어 분야의 인허가권과 법령 제·개정권은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된다.

중요한 정부 조직 개정안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선 주파수 정책이다. 여야는 주파수 정책을 미과부가 맡는 것을 전제로 하지만, 방송용-통신용 주파수를 나눠 각각 방통위와 미과부가 맡도록 정했다. 그리고 신규 주파수의 할당 및 재분배는 국무총리실이 담당하기로 했다. 당장 주파수 배분을 둘러싼 이해단체의 힘겨루기가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관련 산업의 동력도 힘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독임제 미과부가 주파수 정책을 전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방송용 주파수라도 합의제 위원회에 남은 것은 어느정도 의미가 있다는 평이다. 물론 주파수 이원화 정책 자체가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지목하는 부분이다.

다음은 가장 커다란 논란을 일으켰던 SO-IPTV 정책의 미과부 이관 결정이다. 물론 관련 사업의 허가-재허가 및 법률 제-개정을 할 때 반드시 방통위원장의 사전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사족이 붙었지만, 사실상 인수위 원안이 그대로 받아들여진 분위기다. 특히 IPTV를 미과부에 내어주더라도 케이블 SO를 반드시 방통위에 존치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던 민주통합당의 태도를 돌이켜보면, 이러한 경향은 확실해진다. 이에 전문가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IPTV에 이어 케이블 SO까지 미과부에 전담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확고히했기 때문에 새누리당도 물러날 곳이 없었다고 진단한다. 이 대목에 이르러 민주통합당은 정치적, 전략적 패배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길이 없어 보인다.

동시에 전문가들은 이번에 타결된 정부 조직 협상을 ‘명백한 야당의 패배’라고 규정지으며, 동시에 "야당이 정치적인 이득을 노리기 위해 방송 정책 문제를 버렸다"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런 분석의 배경에는 17일 정부 조직 개정안 협상과 더불어 함께 채택된 ‘국회운영 관련 합의사항’때문이다. 해당 합의에는 18대 대선에서 제기된 국가정보원 직원의 대선 개입 의혹 수사 및 4대강 사업 관련 국정감사 가능성을 열어두는 장치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 이유로 많은 전문가들은 정부 조직 개정안 협상 과정에서 방송 정책 문제가 가장 큰 문제였음에도 불구하고 야당이 정치적 과실을 얻어내기 위해 일정정도 해당 이슈를 스스로 포기했다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박기춘 민주통합당 대표가 비보도 방송의 미과부 이관을 전제로 MBC 김재철 사장 수사 및 3가지 타협안 제시했던 전례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다만 지난해 국회 개원 당시 언론 관련 청문회 개최를 두고 여야가 전격적으로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해석에 있어서는 여야가 전혀 다른 결론을 내린 사실을 복기해 볼 때 해당 합의사항이 얼마나 위력을 발휘할지도 의문이다.

여기에 대기업들의 방송 플랫폼 장악 현상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CJ를 위시한 케이블 업체, 즉 유료방송들이 미과부에 포함되면서 독임제 부처가 주도하는 규제완화 정책이 현실화 될 공산이 크다. 박근혜 대통령의 강조하는 창조경제 구현을 위해서는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장애물들을 치워야 한다는 의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많은 전문가들은 미과부의 IPTV-케이블 SO 관장을 두고 당장 SO 권역별 규제 완화, 일명 CJ 특별법이 다시 모습을 드러낼 공산이 크며 더 나아가 KT의 DCS 허용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분석한다. 이 외에도 제조사가 미디어 플랫폼 사업자로 변신할 가능성까지 고개를 드는 판국에, 대기업 중심의 미디어 환경 재편 논란도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방통위의 규제에 발이 묶인 지상파 방송사가 허우적대는 사이 독임제 부처의 규제 완화 정책 로드맵을 등에 업은 IPTV-케이블 SO 등 비보도 방송사들이 강력한 영향력을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또 민주통합당 측이 요구했던 여야 동수의 ‘방송 공정성 특별위원회’가 어느정도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비록 3월 임시국회에서 빠른 구성을 통해 위원장을 민주통합당의 몫으로 했지만, 6개월 한시 조직인데다 여러가지 정치적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여곡절을 넘어 간신히 타협된 정부 조직 개정안 협상. 하지만 인수위 원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사항이 전격적으로 합의되며 대기업 위주의 미디어 시장 재편, 정부의 방송 장악 가능성 등 다양한 위험요소는 여전히 남아있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