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이 싫으면, 절을 바꿔야 한다”

“절이 싫으면, 절을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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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에서 시작된 파업이 KBS와 YTN으로 번지며 ‘방송3사 공동파업’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방송사 내부적으로도 반성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1월30일 파업을 시작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의 파업은 45일째로 접어들었다. 여기에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제2노조)가 지난 6일부터, YTN본부가 8일부터 ‘공정방송 복원’과 ‘낙하산 사장 퇴진’ ‘해고자 복직’ 등을 촉구하며 연대파업에 가세했다.

하지만 파업을 지지하는 시민들의 촛불 행렬은 찾아보기 힘들다. 방송사 파업을 바라보는 시민들이 호응이 예전과 같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뭐하다가 이제야(임기 말) 들고 일어선 것이냐’ ‘권력의 품의 안긴 방송사로 전락하는 동안 한 일은 무엇이냐’는 애정 어린 질책도 나오고 있다.

언론노조 구성원들이 퇴로 없는 싸움을 시작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MBC노조는 파업 시작과 함께 ‘석고대죄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사과문을 발표하며 “김재철 사장 때문이라는 이유로 비겁했습니다. MB정권의 언론탄압 때문이라는 이유로 비굴했습니다”라며 자성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7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이명박 정부의 언론탄압과 공영방송의 몰락’ 포럼에 참석한 발제자와 토론자들 역시 한 목소리로 “그동안 공영방송인들이 언론 자유를 놓고 치열하게 행동했는가에 대한 반성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이번 파업을 통해 공영방송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경철 전 언론노조 KBS본부 위원장은 “MB정부에 (언론탄압이라는) 원인이 있기 때문에 모든 책임을 돌려서는 안 된다”며 언론인들도 내부적으로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주언 언론광장 감사는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는 샐러리맨의 불문율이 언론사에도 적용되고 있다. ‘절을 바꾸겠다’는 기개와 패기는 어디로 사라졌냐”고 반문한 뒤 “이제는 빛바랜 용어가 되어 버린 ‘편집권 독립’을 위한 언론인들의 뼈아픈 자성과 강력한 투쟁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용익 전 MBC 논설위원은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해서 국민의 지탄과 조롱을 받았던’ 1987년 6월 항쟁 전야와 유사하다”면서 “MB정부가 말하는 ‘잃어버린 10년’ 동안 내외부의 압력으로부터 편집권 독립을 지키기 위한 보도국장 직선제나 추천제 등의 제도적 장치 마련을 위한 싸움과 수고가 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왕 여기까지 온 것, 움츠러들거나 기죽을 필요 없이 국민을 믿고, ‘사즉생, 생즉사’의 자세로 잘 싸워서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출입처 제도 혁파해야”

또한 최 전 논설위원은 끝장투쟁과 함께 장기적으로 ‘출입처 제도와 다단계 게이트 키핑 제도’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도국 기자들 사이에 전통적, 무비판적으로 답습되고 있는 문화가 재고되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사상누각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 뒤 특히 패거리 저널리즘을 양산하고 있는 출입처 제도의 혁파를 강조했다.

노종면 전 YTN노조 위원장 역시 이에 동의하며 “출입처는 보도가 규정되어 지는 고리역할을 한다”며 저널리즘을 죽이는 마약과 같은 제도라고 표현했다. 노 전 위원장은 “출입처 문제에 대한 고민을 언론인 모두가 깊이 성찰해 ‘출입처가 생산해내는 뉴스’가 아닌 ‘시청자가 원하는, 사회가 원하는 뉴스’를 보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포럼 참석자들 대부분은 이번 ‘방송 3사 공동파업’의 성패에 공영방송의 미래가 달려 있다며 끝까지 총력투쟁을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는 “MB정권은 방송을 5공시대로 되돌리는데 성공했지만 시민은 5공시대로 되돌아가지 않았다”면서 “(방송3사 공동파업은) 민주주의 회복에 있어 가장 중요한 사건이 될 것이 분명하므로 불전불패의 자세로 총선 이후까지 싸워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