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스카이라이프가 결국 ‘백기’선언을 했다. 지난 2010년 1월부터 100억 원에 달하는 공격적인 투자로 24시간 3D 방송을 시작했지만 수익악화로 더 이상 방송을 하지 못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최종 중단 일정은 추후 확정 후 발표할 예정이며 당장 국내 3D 산업 전반에 타격이 예상된다.
하지만 이번 KT 스카이라이프의 3D 방송 포기는 예상된 수순이라는 시선이 많다. 일본의 경우 3D 발전을 위해 소니나 파나소닉 등의 가전제품 제조사가 직접 3D 산업에 투자하는 등 상생의 분위기가 일반적이지만, 국내의 경우 제조사들은 3DTV나 판매할 뿐 산업 전반에 대한 공헌은 전무하기 때문이다. 즉 방송사가 3D 발전을 위한 투자를 진행하면 제조사가 그 과실을 따가는 구조다.
물론 이런 문제에 대한 개선의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4월 KT 스카이라이프와 LG 전자는 3D 콘텐츠공급 및 차세대 수신기 개발, 클라우드 서비스 개발 등에 관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하고 차세대 방송 서비스 시장 공략을 위한 전방위 협력을 약속한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는 한 달도 못가고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국내 제조사의 강력한 추진의욕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번 KT 스카이라이프의 3D 방송 중단 결정과 그에 따른 해당 사업의 타격을 두고 “디지털 전환 당시에도 제조사들은 디지털 TV 및 스마트 TV만 판매할 줄 알았지 전환 자체에 대한 투자는 남일 보듯이 했다”며 “급격한 미디어 패러다임의 변화로 인해 방송사는 다양한 콘텐츠로 시대적 조류를 따라잡으려 하는데 제조사들은 자신들의 상품만 팔기에 급급하다”고 주장했다. 디지털 전환을 앞둔 현재 TV 수요가 급증하고 디지털 안테나가 불티나게 팔리는 등 제조사들은 큰 이익을 보고 있지만 이에 대한 ‘투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을 비꼰 것이다. 이는 2004년 디지털 전송 방식을 결정할 당시 ‘미국식 전송방식’이 채택되도록 가전제품사들이 전방위 로비를 펼쳤던 사실과 함께 대표적인 정책 실패 결과로 꼽힌다.
한편, 이번 사태를 두고 그 이면에는 KT와 삼성의 ‘망 중립성 논쟁’이 있다는 주장도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즉 삼성 스마트 TV의 회선을 끊었던 KT가 삼성을 염두에 두고 계열사의 성격이 짙은 ‘KT 스카이라이프’를 통해 언론전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단순한 의심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디지털 전환은 물론 스마트 TV, 3DTV 및 뉴미디어 방송의 패러다임이 전 세계가 미디어의 역사를 새로 쓰는 한편 2012년 런던 올림픽이라는 커다란 이벤트가 예정된 현재, KT 스카이라이프의 전격적인 3D방송 포기 선언은 국내 제조사의 소극적인 콘텐츠 투자와 ‘수익 증대’에만 매달리는 씁쓸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