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지상파 재송신료(CPS)를 둘러싼 해묵은 갈등이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재송신협의체를 통해 중재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양측의 입장 차가 워낙 커 협의체를 통한 협상 과정도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7월 2일 유료방송 사업자들과 재송신협의체 구성에 합의했다. 지상파 방송사는 유료방송 사업자와 진행 중인 소송 결과가 나와야 참석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며 회의 연기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이날 회의에 불참했다.
현재 지상파 방송사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등 유료방송사업자와 CPS 협상 중에 있다. 먼저 지난해 12월 31일로 계약이 종료된 티브로드와 CMB는 계약서에 따라 계약 만료 3개월 전인 지난 10월부터 CPS 재협상을 시작했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가 티브로드와 CMB를 포함해 MSO 5개사와 함께 공동협의체를 구성해 CPS 협상을 진행하자고 제안한 데에 지상파 방송사가 참여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전달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기 때문이다.
티브로드와 CMB 등 케이블 업계에서는 지상파 방송사가 CPS 금액을 기존 280원에서 35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과 국민관심행사(올림픽‧월드컵) 재송신 대가 50원을 포함한 400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제시했다며 CPS 산정 기준이 명확치 않다고 주장하는 반면 지상파 방송사는 케이블 업계가 협력키로 했으면서도 CPS 재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하고 나서 CPS를 둘러싼 갈등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CPS 금액 인상 조치는 현재 지상파가 처한 재정난을 해소하기 위한 방책으로 풀이되고 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광고 매출 현황을 조사한 결과 IPTV 28% 등 유료방송사업자의 광고 매출은 성장한 반면 지상파 방송사는 –3.5% 등 지난해에 이어 광고 매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부와 방통위,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합의한 ‘재전송료위원회’는 정부 측 4명, 지상파 방송사 측 3명, 유료방송 사업자 측 3명 등 총 10명으로 구성된다. 정부는 7월 중 위원 구성을 마치고 8월부터 본격적인 회의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실효성에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사업자 간 자율에 맡겨야 할 재송신 협상을 정부가 중재한다는 것 자체가 지상파 방송사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올해 1월 방통위가 ‘2015년 주요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방송 사업자 간 분쟁 발생 시 시청권 보호를 위해 △직권조정 개시권 도입 등 방송법 개정 추진 △방송 시장의 불합리한 관행 및 시청자 피해행위 시정 △방송 광고 불공정 행위 차단 등을 추진한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는데 이번 협의체 구성도 그 연장선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정부는 지상파 방송사 측 대표가 참석하지 않아도 재전송료위원회는 진행될 것이라고 밝혀 불신의 폭은 더욱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