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재송신료 및 의무재송신 논의가 수면 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당장 TV 블랙아웃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지는 가운데 일시적으로 훈풍이 불던 재송신료 협상도 난항을 거듭하는 분위기다.
현재 법원이 지상파 방송사가 케이블 SO에 제기한 ‘신규 가입자에 대한 디지털 지상파 방송 재송신 금지 청구 소송’에서 지상파의 의견을 받아들이자, 케이블 SO인 티브로드와 현대HCN이 이의신청을 제기한 상황이다. 다른 케이블 SO들이 각각 개별적으로 지상파 방송사와 재송신료 협상을 마무리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법원에 이의신청을 한 티브로드와 현대HCN이 다음달 11일까지 지상파 방송사와 재송신 계약을 맺지 못하면 TV 블랙아웃 사태가 다시 재현될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있다. 이는 기우가 아니다. 당장 두 케이블 SO와 지상파 방송사가 재송신료 협상을 타결하지 못하면 실질적인 지상파 방송 송출 중단은 기정사실이 되기 때문이다.
동시에 일각에서는 현재 지상파 방송사와 유료 방송사의 재송신료 협상이 400원 수준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관심을 끈다. 대상은 아직 재송신료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는 유료 방송, 즉 티브로드와 현대HCN으로 파악된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유료 방송 업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지상파 방송사가 제시하는 재송신료가 너무 높다고 지적하며 대가 산정 위원회와 같은 적절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 지상파 의무재송신 확대 논의도 포함되어 있다.
정리하자면 지금 유료 방송은 재송신료를 아끼기 위해 끊임없이 인하를 요구하는 한편, 학계와 관련 언론 등을 움직여 지상파 의무재송신 확대 논의도 동시에 주도하고 있다. 여기서 등장하는 지상파 무료 보편의 방송 서비스 책임 강조 등은 일종의 전략 수립 단계에서 등장하는 슬로건에 지나지 않는다. 유료 방송은 되도록 싼 값에 지상파 콘텐츠를 얻기 바라며, 동시에 의무재송신 범위를 확대시켜 자사의 이윤을 추구하고자 존재감을 어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사의 입장은 유료 방송과 판이하게 다르다. 우선 지상파 방송사는 헌법적 가치로 보장받는 프로그램 콘텐츠를 무료 보편의 원리에 입각해 지상파 직접수신율을 전제로 시청자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며, 이를 활용해 이윤을 추구하는 유료 방송에게는 적당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재송신료 400원 인상 논의가 등장한 것이다. 물론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기존의 280원에서 대폭 인상된 지상파 방송사의 400원 재송신료 요구 주장은 전략적인 선택의 결과라고 보고 있지만, 날로 상승하는 제작비와 물가 상승률에 비춰볼 때 적절한 금액 수준이라고 보는 관점도 있다. 특히 케이블 SO의 높은 홈쇼핑 송출 수수료가 지상파 방송사의 채널 브랜드에서 기인한 점이 많기 때문에 400원은 적당한 재송신료 수준이라는 설도 탄력을 받고 있다. 물론 이러한 사태의 배경에 재송신료 변동을 들고 나온 유료 방송사의 책임론도 당연히 따라오고 있다.
자사의 이익을 위해 지상파 의무재송신 범위 확대와 재송신료 인상을 요구하며 만약 재송신료가 인상되면 그 부담을 전부 자사의 가입자에게 돌리겠다고 주장하는 유료 방송과, 적법한 절차에 따른 콘텐츠의 헌법적 가치를 보장받길 원하는 지상파 방송사의 대회전이 예고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TV 블랙아웃의 위기감만 조금씩 고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