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전숙희 기자]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등 글로벌 인터넷 사업자의 법망을 교모히 활용한 조세 회피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법안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법안이 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문제점은 없는지 논의의 장이 마련됐다.
한국미디어경영학회는 ‘해외 사업자에 대한 세금 부과의 문제점’ 특별 세미나를 9월 19일 오후 2시 30분 한국언론진흥재단 20층 프레스클럽에서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의미 있는 시도가 행해졌는데,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이태희 국민대 교수가 과학적 접근으로 우리나라에서 구글의 매출을 추정한 것이다.
이 교수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의 연차 유가증권 보고서에서 구글의 매출 공시가 미국, EMEA, APAC, 기타-아메리카로 구분돼 있는 것을 발견하고 APAC 매출 중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두 가지 방법으로 계산해 한국에서 구글의 매출을 추정해냈다. 구글플레이에서 구글코리아가 차지하는 비중을 그대로 매출에 적용한 첫 번째 방법을 통해서는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구글의 매출이 약 4조 9272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측정됐다.
물론 이러한 계산 방법은 추정을 통한 것으로 정확한 수치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대호 성균관대 교수는 “이런 추정도 한번도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매우 의미있는 시도”라고 평가하면서 “정확한 측정이 아니므로 이를 근거로 과세할 수는 없지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단초는 제공해준다”고 말했다.
이어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최민식 상명대 교수는 글로벌 인터넷 사업자의 조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EU의 디지털서비스세를 설명하면서 우리나라의 여러 법안과 제개정안 대해서도 논의했다.
그러나 이러한 법안이 정말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현재 대리인 지정제가 국회를 통과해 내년 3월 도입을 앞두고 있고 국회와 언론에서는 이를 통해 국내외 인터넷 사업자 간의 역차별을 해소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안고 있지만, 최 교수는 “규제 불균형은 국내 대리인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국내 사업자와 동등한 규제 적용 시 규제 당국의 집행력이 담보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EU에서 활발히 논의 중인 디지털서비스세도 마찬가지다. 기준 매출액 이상의 기업에 대해 매출액의 3%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디지털서비스세의 경우 EU와 우리나라의 상황이 달라 그 효과도 상당히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EU의 경우 규제 적용 대상이 되는 기업에 EU의 기업이 포함되지 않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국내 인터넷 기업도 상당 부분 대상이 된다. 이는 국외 기업의 조세 회피를 막으려던 취지와 달리 국내 기업에 조세 부담을 가중하고, 3%의 세금만큼 소비자의 지출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규제의 실제 대상이 국내 기업에만 향하고 있다”며 “국내 산업에 맞춰서 국내 상황에 적절하게 도입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고려가 부족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차재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국장 역시 이에 동의하며 “법안이 많이 나오는 것은 좋으나 더 많은 고민과 검증을 거쳐야지 그렇지 않으면 과거 20년 동안 해온 것처럼 국내 기업만 옥죄는 형태가 될까봐 업계에서는 많은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법안의 집행력에 대해서 회의적인 가운데 이지은 법무법인 동서남북 변호사는 “고정 사업자에 대한 개념이 변경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에 건물이 있어야 하고 임원이 있어야 하는 등의 물리적 환경에 기반을 둔 현재의 개념으로는 변화하는 산업 현장의 사업자 개념을 담아낼 수 없고 법의 집행력 역시 실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이러한 개념은 단순히 우리나라에서 변경하자고 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OECD 회원국 간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설명하면서 국제적으로 국가 간 공조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