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명예훼손 제3자 신고 허용 놓고 ‘갑론을박’

인터넷 명예훼손 제3자 신고 허용 놓고 ‘갑론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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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전숙희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인터넷상 명예훼손 글을 피해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의 신청 또는 방통심의위 직권으로도 삭제할 수 있도록 심의 규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현행 심의 규정이 상위법인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과 충돌하기 때문에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방통심의위 주장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번 개정이 현실화될 경우 사실상 대통령 등 공인에 대한 비판 글을 차단하는 목적으로 남용될 위험성이 있다며 맞서고 있어 당분간 심의 규정 개정을 둘러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방통심의위는 인터넷상 명예훼손 글에 대한 심의 요청을 피해 당사자나 그 대리인이 하도록 한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 규정10조 제2항을 제3자가 신고해도 심의를 할 수 있도록 신고 가능 범위를 넓히는 방향으로 관련 규정 개정 작업을 진행해왔다.

방통심의위는 정보통신망법의 명예훼손은 제3자의 신고가 가능한 반의사불법죄로 규정된 반면 하위 법령인 심의 규정은 피해 당사자나 대리인만 신고할 수 있도록 친고죄로 규정돼 있어 상위법과 상호간 체계 정합성 등을 위해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개정 작업의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제3자 신고만으로도 심의를 허용할 경우 인터넷상에서 정부, 정치인, 고위 공직자에 대한 비판 글까지 심의 대상에 오를 수 있어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참여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도 심의 규정 개정에 따른 각종 폐단을 우려하며 방통심의위 앞에서 사이버 명예훼손 심의 규정 개정안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 같은 우려에 박효종 방통심의위원장은 정치인이나 유명인 등 공인은 일정 수준 비판을 감수해야 할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책무가 있는 이상 심의 규정 제10조 제2항의 삭제로 부당한 혜택을 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공인의 경우 사법부에서 명예훼손과 관련, 유죄 판단을 내린 경우에 한해 제3자의 신고를 허용하면 좋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박 위원장은 817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인터넷 명예훼손 심의 제도 개선 토론회에 참석해 방통심의위가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고 인터넷의 건전한 비판 기능까지 위축시키려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와 의구심을 갖고 계신 분들도 꽤 있지 않나 짐작된다저는 심의 규정이 개정된다면 정치인이나 공인이 아닌 일반 평범한 개인들 특히 소외계층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는 의지와 소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심의 규정 개정으로 혜택을 받는 경우 대부분은 비호 계층이 있는 공인일 것이라는 의심은 가시지 않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양홍석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변호사는 정보 소외계층의 명예를 보호하겠다는 의도만 가진 개정인지 되묻고 싶다. 그뿐이 아니라는 점은 누구나 다 알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의도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정치인 등 공인에 대한 명예 보호를 아웃소싱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여러 사람의 개정 요구로 지난해 개정을 했는데 1년 만에 또 바꾼다니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경계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박 교수는 이어 공인 보호는 하지 않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이 부분을 명문화하는 것이 최소한의 조치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