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진짜로 껍데기를 치우자
고차원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장
18대 국회 첫 국감을 기다렸다. 이명박 정권 출범을 전후해 빚어진 수많은 무리수와 민주주의 탄압을 현장에서 경험한 당사자로서 질문과 답변이 얼마나 진실에 접근할 수 있을까 궁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감 전부터 이런 기다림은 된서리를 맞았다. 스포츠 경기는 경쟁적으로 중계하는 방송사들이 정작 국감은 외면해버렸기 때문이다.
18대 국감의 초점은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과 촛불 정국, 경제정책에 모아졌다. 우선 방송장악 관련한 국감을 보자. 한나라당 의원의 방탄 국감은 악어의 눈물을 연상케 했다. 해고를 포함해 부당징계를 당한 YTN 조합원을 향해 연민을 드러내는 척 하면서도 문제의 근원인 ‘낙하산 사장의 부당성’을 지적하지는 않았다. 언론인 출신 의원 역시 소속당의 독재적인 방송정책을 문제삼지 않았다. 답변자인 구본홍씨와 최시중 방통위원장, 유재천 KBS 이사장 등은 거짓말로 일관했다. 소나기만 피하면 된다는 식으로 노회한 태도로 일관했다. KBS의 공권력 난입과 정연주 사장 축출을 옹호한 것은 일말의 양심도 없는 일이다. KBS의 정치적 독립을 위해 저항한 동료들을 외면한 안형환 의원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런 그가 YTN 사태에 대해선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위선이요 악어의 눈물일 뿐이다.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의 ‘언론노조=노빠’ 발언은 그가 조선일보의 마녀사냥식 보도 기법을 국회로 전이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했다. 근거도 없고 논리도 없다. 이를 점잖게 항의한 신학림 전언론노조위원장을 보고 겁에 질린 나머지 경찰을 앞세워 탄압하는 것도 몰상식의 극치이다. 비겁하고 겁많은 ‘양아치’를 연상케한다. 방송문화진흥회법을 개정해 감사원이 MBC를 감사하게 만들겠다는 발상은 또 어떤가. 차라리 솔직하게
2008년 절반을 채운 촛불정국을 난도질하는 작태도 한심하기 그지없다. 한나라당 장제연 의원은 유모차 시민을 참고인으로 불러 윽박지르고, 위험한 시위 현장에서 아이를 방패막이로 삼았다고 매도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정말 국민의 생명을 위험하게 만든 장본인이 누구였는지 모른단 말인가? 얼마나 편향되고 세뇌돼야 저런 무대포식 독설을 퍼부을 수 있는지 의아스러울 따름이다. 숱한 날을 밤샘하며 외쳤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헌법 제 1조가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여당의 지원이 든든하니 어청수 경찰청장과 김석기 서울청장 등 경찰 수뇌부가 뻔뻔하게도 촛불집회 진압과 참가자 수사가 정당하다고 강변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기본권을 지켜야 할 경찰과 국회의원들이 민주주의 탄압을 정당한 공무라고 주장하고 두둔하는 현실을 보며 국민들은 절망과 분노를 느꼈다.
시시비비가 개입할 수 없는 게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권 보호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우리 헌법이 최우선적으로 보호하는 가치이다. 주권자인 국민과 언론을 탄압하는 국가기관과 헌법기관(국회의원)은 이미 독재에 부역하고 있다. 18대 첫 국감의 유일한 소득은 그런 껍데기와 민주주의 퇴행을 확연히 드러낸 것이다. 이제 도처에 널린 독재권력과 부역세력을 치우는 일만 남았다.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먼지 앉고 때에 찌든 대한민국을 깨끗하게 청소할 날이 임박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