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지하에서 DMB 볼 수 있다

이달부터 지하에서 DMB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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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이번 달부터 지하에서도 지상파 DMB를 시청할 수 있게 됐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재난 발생 시 긴급 대피 시설로 이용되는 아파트나 빌딩 지하에서 재난 방송을 수신할 수 있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방송공동수신설비의 설치에 관한 고시일부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로써 앞으로 터널이나 지하철 등에서 지상파 DMB 방송이 끊기는 경우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미래부가 84일 개정한 고시에 따르면 방송 공동수신 안테나 시설을 건축물의 옥상 또는 옥외에 설치해야 하며 지하층 장치함에는 지상파 DMBFM 라디오를 수신할 수 있는 중계기용 무선기기를 설치해 옥상 또는 옥외 수신 안테나와 연결해야 한다. 모든 방송 설비 전원은 정전 시에도 항상 방송 수신을 유지할 수 있도록 비상 전원 공급이 가능한 회로를 구성해야 하며 지속적으로 유지 및 관리해야 한다. 또 각 세대별 단자함에는 층 장치함으로부터 인입되는 지상파방송, 위성방송, 케이블방송을 각각 수신할 수 있도록 선로를 설치해야 한다. 설치와 관련된 모든 비용은 방송통신발전기본법402항에 따라 건물주 또는 관리자가 부담해야 하며 국민 안전 사안이므로 국가 예산 지원이 포함된다.

   
 

사실 그동안 터널이나 지하철, 지하 주차장 등에서 지상파 DMB를 볼 수 없어 현실과 법 사이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세월호 참사 이후 재난 방송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지난해 52일 이른바 ‘DMB 재난 방송 의무화법이라고 불리는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일부 개정안이 의결됐다. 언제 어디에서나 지상파 DMB를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지하철 및 터널 곳곳에서 지상파 DMB 서비스 장애가 발생해 관련법 개정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었다. 다행히 이번 고시 개정으로 지상파 DMB 음영 지역은 거의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DMB특별위원회 관계자는 재난 발생 시 전원 공급이 차단되면 통신망은 동시 정전이 될 수 있는 반면 DMB는 방송망으로 안전하게 전파되기 때문에 일본에서도 DMB(원세그)를 재난 경보 매체로 적극 운영 중이라며 앞으로 공공 매체로서 DMB의 역할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고시 개정으로 재난 방송 인프라 구축은 물론 안정적인 지상파방송 수신으로 직접수신율도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지상파 선로를 무단 점유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고시 개정으로 지상파방송, 위성방송, 케이블방송의 선로를 각각 설치토록 했다지금보다는 안정적인 지상파 직접수신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유지 및 보수 등 사후관리에 대한 구체성 부재는 아쉬운 부분이다. 이에 대해 한국지상파디지털방송추진협회(DTV KOREA)이번 고시 개정으로 재난 방송용 수신 설비가 확대되고 전원 설비가 추가된 것은 고무적이라며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힌 뒤 사후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그동안 추진해온 공동주택의 수신 설비 개보수 사업과 공동주택 수신 설비의 효율적 유지관리 규제 등을 담은 지상파방송 공동수신설비 설치 기준에 대한 법령 제개정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스마트폰 도입과 N-스크린 중심의 시장 재편으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던 지상파 DMB가 재난 방송 매체로 역할이 강화되면서 그동안 잃었던 입지를 조금씩 굳혀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 대접을 받았던 지상파 DMB는 스마트폰 시대로 접어들면서 비슷한 서비스지만 끊김 없고 화질 좋은 N-스크린 서비스가 등장하자 내리막길을 걸어 지난해에는 104억 원의 광고 매출을 올리는데 그쳤다. 3년 사이 광고 매출이 약 3분의 1 수준까지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최근 고효율 비디오 코딩(HEVC) 기술을 적용한 고화질 DMB 기술 적용으로 가장 큰 문제였던 화질 부분이 개선되고 있어 아직까지 성장 잠재력이 유효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이후삼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회장은 다매체 시대에 무료 보편적 서비스인 지상파 DMB는 포기할 수 없는 플랫폼이라며 기술 발전에 따라 지금보다 개선된 화질 서비스가 가능할 뿐 아니라 재난 발생 시 가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클 것이기에 지상파 DMB가 지속될 수 있도록 정부와 자치단체들이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치함 : 지상파방송, 위성방송, 케이블방송의 신호를 각 세대별 또는 층별로 분배하기 위해 증폭기와 분배기를 설치한 분배함.

층 장치함 : 방송공동수신설비의 출력신호의 분배 및 통신 선로 등에 공용해 각 세대별 또는 지하 주차장 등에 인입하기 위해 각 층에 설치한 분배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