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씨의 뒤를 이어 청와대로부터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된 이계철 내정자가 KTF(현 KT)에 로비를 벌인 혐의로 처벌된 업체의 고문으로 활동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커지고 있다. 특정 통신사 사장 출신에 코드 인사, 정통 관료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정가에서는 ‘독일병정’으로 불리며 도덕적 결함이 없다는 점이 큰 강점으로 꼽히던 이 내정자 입장에서는 악재를 만난 셈이다. 당장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21일 전병헌 민주통합당 의원에 따르면 이 내정자는 2006년 조영주 전 KTF 사장에게 24억 원 금품 로비를 벌인 글로벌테크(옛 비씨엔이글로발)에 고문으로 근무했다며 청와대에 내정 철회를 촉구했다. 전병헌 의원실은 이 내정자 소득증명을 통해 한국정보보호진흥원(현 한국인터넷진흥원)과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이사장을 겸임하던 2006년부터 2009년까지 민간 기업인 글로발테크 고문으로 있으면서 4년간 3억여 원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전병헌 의원실 관계자는 "글로벌테크가 2006년 2월 문을 연 신생 무선통신장비 업체인데 설립 4개월 만에 KTF와 납품 계약을 맺고 조영주 전 KTF 사장을 만나 금품을 건넨 과정에 KT 사장 출신인 이계철 후보자가 개입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더구나 조 전 사장이 금품 로비 때문에 검찰에 기소돼 재판받는 와중에도 문제가 된 로비 업체를 그만두지 않고 계속 돈을 받은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KT 사장 출신의 이 내정자가 불법로비의 막후에서 부적절한 이득을 취했을 여지가 충분하다는 뜻이다.
또 전 의원실 측은 KTF 사장이 중소기업에 불과한 글로벌테크 측과 전격적으로 납품계약을 맺은 것 자체는 이미 불법로비의 정황이며 확실한 법적인 책임도 물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내정자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다고 전하며 그 과정에서 이 내정자의 개입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주장도 펼쳤다.
이에 이 내정자측은 "당시 사건으로 조사받은적도 없고 거론된 적도 없다"고 밝히며 "당시 사건에 개입했을 것이라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추측성 기사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정권 말 불명예 퇴진을 당한 최시중 씨의 뒤를 이어 고려대 출신에 KT 사장을 지내고 방송쪽에는 문외한으로 평가받는 이 내정자에 대한 여론은 조금씩 나빠지는 형국이며 아울러 가장 강점을 보이던 ‘청렴성’부분에도 근본적인 문제제기가 이어짐에 따라 향후 국회 청문회는 물론 정식 임명 절차 과정에서 큰 난관이 예상된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