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재송신 논란 속 TV 블랙아웃 공포 ‘확산’

의무재송신 논란 속 TV 블랙아웃 공포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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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TV 블랙아웃 사태가 재현될까.

지상파 의무재송신 확대 여부를 두고 케이블 방송사의 반발이 격해지는 가운데, SO로 분류되는 티브로드와 현대 HCN이 다음달 11일까지 지상파 방송사와 재송신 협상을 끝내지 못하면 당장 최악의 TV 블랙아웃 사태가 재현될 것이라는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정부 조직 개정안이 국회에서 표류하는 동안 지상파 재송신료 협상 및 의무재송신 논의가 공전을 거듭하고 있어 논란이다. 만약 실제로 TV 블랙아웃 사태가 발생하면 이해 당사자는 물론 정부와 여야 모두에게 엄청난 여론의 질타가 예상된다.

현재 지상파 의무재송신 여부를 두고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 SO는 극한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케이블 SO는 지상파 방송사가 보편적 시청권을 추구해야 한다며 올바른 재송신료 협상과 의무재송신 확대를 주장하는 반면, 지상파 방송사는 헌법의 가치로 보장받는 콘텐츠의 지적 재산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여기에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사태 해결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지난해 마지막 전체회의를 통한 재송신 제도 개선안도 결국 상임위원들의 이견으로 표류한 것이다.

   
 

지상파 의무재송신 논의의 핵심은 기존 KBS1, EBS에 국한되어있는 재송신 대상을 KBS2와 MBC까지 늘리는 방안이다. 만약 지상파 재송신 대상이 늘어나게 되면 케이블 SO 입장에서는 의무재송신에 포함된 채널에 대한 재송신료를 납부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커다란 이익이다. 그렇기 때문에 직접수신율 제고를 통한 무료 보편의 공공 서비스는 시청자들에게 이미 제공하고 있으며,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케이블 SO에 대해서는 콘텐츠의 지적 재산권을 존중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지상파 방송사는 의무재송신 확대를 거부하며 법적인 절차를 밟기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방통위를 비롯한 정부가 지상파 의무재송신에 대한 논의에 손을 놓고 있는 사이, 법원은 지상파 방송사가 케이블 SO에 제기한 ‘신규 가입자에 대한 디지털 지상파 방송 재송신 금지 청구 소송’에서 결국 지상파의 손을 들어줬다. 동시에 상황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비록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안팎에서 지상파 의무재송신 확대를 주장하는 진영이 방송 정책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을 전제로 관련 논의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긴 했지만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 SO는 순차적으로 재송신료 협상에 돌입해 일정정도 성과를 거뒀다. 이 과정에서 지상파 방송사가 만든 N-스크린인 ‘POOQ’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는 평이다. 지상파 방송사는 POOQ과 케이블 방송사와의 협력을 강화해 각각의 재송신료 협상을 효과적으로 주도했다. (이런 상황에서 SBS가 유료 방송사와의 재송신 협상에 나서 기존의 280원보다 높은 400원 수준의 재송신료를 적법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잉기도 들린다.)

하지만 2월 말부터 케이블 SO가 지상파 재송신료 및 의무재송신 논의를 다시 들고 나왔다. SO 협의회는 물론 관련 시민사회단체까지 보편적 시청권을 이유로 지상파 의무재송신 확대를 주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N-스크린을 활용한 케이블과의 협력으로 재송신료 협상을 개별로 마무리하던 지상파 방송사 입장에서는 ‘갑작스러운 기습’인 셈이다. 특히 일각에서 재송신료 협상에 임하는 케이블 SO가 많아질수록 당연히 의무재송신 논의도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을 내리고 있던 터라 그 충격은 상대적으로 더 강력했다.

이 과정에서 티브로드와 현대HCN이 초강수를 들고 나왔다. 지난달 18일 법원이 티브로드와 현대HCN에 “2013년 2월 15일 이후 50일 내로 신규 가입자들에게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 재송신을 중단하라”며 이를 어길 경우 지상파 방송 3사인 KBS, MBC, SBS에 간접강제비 명목으로 1일 3천만 원씩 각각 지불해야 한다고 판결한 부분에 불복해 이의신청을 낸 것이다. 동시에 상황은 급박해져갔다. 만약 티브로드와 현대HCN이 법원에 이의신청을 낸 상태에서 다음달 11일까지 지상파 방송사와 재송신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하면 TV 블랙아웃은 현실이 되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티브로드와 현대HCN이 전략적 판단에 의거해 법원의 판결에 이의신청을 냈기 때문에 실제 TV 블랙아웃 사태 현실화 가능성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벼랑 끝 압박전술’인 셈이다.

동시에 관련 업계의 분위기도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당장 케이블을 중심으로 재송신료 산정 협의회 이야기가 나오는가 하면, 근본적인 지상파 방송사의 역할에 대한 논의도 진지하게 회자되고 있다. 게다가 본지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국회에서도 지상파 방송 의무재송신 범위와 재송신 대가 산출에 대한 의원 입법 발의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지상파, 케이블의 N-스크린 분야 협력에 따라 일시적으로 훈풍이 불었던 재송신료 및 의무재송신 정국이 다시 ‘대결 양상’으로 급박하게 재편되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