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 방송 통합법’ 또다시 뜨거운 감자

‘유료 방송 통합법’ 또다시 뜨거운 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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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백선하)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원칙을 반영한 이른바 유료 방송 통합법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방송 업계의 뜨거운 감자였던 유료 방송 통합법이 올 하반기 방송계를 다시 한 번 뜨겁게 달굴 것으로 보인다.

   

ⓒ방송기술저널

25일 오후 2시 서울 목동 방송회관 3층 회의장에서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열린 ‘유료 방송 법제 통합의 기본 원칙과 방향’ 세미나에 참석한 강명현 한림대 교수는 “동일 시장에서 동일 서비스를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케이블과 IPTV에 비대칭 규제가 가해졌는데 규제 수준에 관계없이 동일 규제 원칙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하며 동시에 IPTV 업계의 직접사용채널(이하 직사채널) 요구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장 규제의 균형을 맞춘다는 명분으로 유료 방송 업계의 규제를 무조건 없애려 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날 세미나에 발제자로 참석한 강 교수는 2001년 위성방송 도입, 2008년 IPTV 서비스 시작 이후 유료 방송 업계는 IPTV의 약진, 케이블 플랫폼의 약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며 유료 방송 플랫폼 간의 지형 변화를 고려해 다양한 비대칭 규제의 존속여부를 검토해야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케이블과 IPTV의 현실적인 시장 지배력의 역학관계가 변화한 만큼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 교수의 주장은 지난해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과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당시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유료 방송 합산 규제’와 관련된 2개의 법안 내용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전체 유료 방송 사업자의 가입자 수를 전체 유료 방송 시장점유율의 3분의 1로 제한하자는 내용이다. 두 법안 모두 IPTV와 위성방송 서비스를 펼치고 있는 KT에 불리한 입장으로, 법안을 둘러싼 KT 진영과 케이블을 중심으로 한 반KT 진영의 입장이 팽팽히 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학계와 업계를 중심으로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원칙에 어느 정도 공감을 표하고 있다. 앞서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도 유료 방송 시장점유율 규제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밝힌 만큼 법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도 높다.

문제는 균형을 맞춘다는 명분으로 광폭의 규제 완화가 예고되고 있다는 점이다. 강 교수 역시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원칙을 운운하며 점유율 합산과 직사채널의 허용을 주장했다. 한 곳의 물꼬를 터줘 숨을 트게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곳의 물꼬를 한 번에 터서 물난리를 일으키는 형국이다.

직사채널은 유료 방송 사업자가 자사 플랫폼을 통해 직접 편성권을 가지고 운용하는 채널이다. 지역성에 기반한 케이블과 위성방송 사업자에게는 직사채널의 운용이 허용되어 있는 반면 IPTV 법에서는 직사채널을 운용할 수 없도록 명문화되어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IPTV 업계는 직사채널의 허용을 강력히 주장해왔다.

IPTV 사업자에게 직사채널이 허용되면 올레TV나 SK브로드밴드, 유플러스TV는 자체 제작한 프로그램을 전국 규모로 방송할 수 있게 된다. 보도와 해설을 제외한 모든 장르의 프로그램을 제작‧편성할 수 있어 사실상 ‘제2의 종합편성채널’로 기능할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이에 대해 강 교수는 “통신 사업자의 여론 독과점 우려 문제가 제기돼 왔는데 그 사이 종편과 보도채널이 등장함에 따라 특정 채널에 의한 여론의 지배력은 상당 부분 완화되었다. 그럼에도 우려가 있으니 보도는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유사 보도의 폐해가 나타날 경우 사후규제를 통해 관리하면 된다”며 IPTV의 직사채널 도입을 긍정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처럼 하나씩 하나씩 규제를 완화한다면 결국 방송 시장은 무규제로 정리되며 정글의 법칙만이 난무하는 시장으로 변모할 것이다. 대기업에 의한 독과점 시장은 물론이고,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게 될 것이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이석현 법무법인 KCL 변호사 역시 이 부분을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현재 유료 방송 통합법을 둘러싼 모든 논의가 사업자의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방송법 자체가 시청자의 권익 보호 등을 목적으로 삼고 있는 만큼 시청자 중심에서 시청자의 시각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꼬집으며 방송의 큰 틀 안에서 각 매체별 특성에 맞게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재만 한국방송협회 사무총장 역시 이 변호사의 의견에 공감을 표하며 모든 논의는 시청자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한 토론회장에서 영국의 스콧 와이트먼 주한 대사는 “좋은 규제는 창조경제를 위한 환경을 조성한다”고 말한 바 있다. 매체별 다양성을 고려해 무조건적인 규제 완화가 아니라 각 매체별 역할과 특성에 따른 규제를 적용해야 방송 시장이 더 발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창조경제 실현에 집중하고 있는 정부가 정책 수립에 있어 사업자 중심이 아닌 시청자 중심의 법제화를 이뤄갈지 ‘유료 방송 통합법’에 뜨거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