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0일 새누리당 김장실 의원실은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진정한 디지털 전환의 성공조건’이라는 슬로건으로 유료 방송의 디지털 전환 지원 필요한가? 라는 화두로 공개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는 김 의원이 대표 발의하려는 ‘유료 방송의 디지털 전환과 디지털 방송의 활성화에 관한 특별법안’에 대해 지상파 방송을 비롯한 다양한 업계 관계자들의 반론을 수렴하고, 더 발전적인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토론회는 강상현 연세대학교 교수(한국방송학회 회장)의 사회로 송상훈 방송통신위원회 디지털 방송 정책과장, 김혁 한국방송협회 방통융합특별위원회 정책실장, 성기현 T브로드 커뮤니티 본부장(전무), 이문태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 공익사업팀장, 이상술 MBC 매체전략팀장(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노영란 DTV전환감시시청자연대 사무국장이 참석했다. 이에 해당 법안을 준비 중인 새누리당 김장실 의원은 모두발언을 통해 “이 자리는 더 훌륭한 디지털 전환을 위해 모두 함께 고민하고 생각하는 자리”라며 “저소득층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해당 법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당부를 드리고 싶다”며 이번에 준비한 공개 토론회가 부드럽게 진행되길 바란다는 뜻을 숨기지 않았다. 또 사회를 맡은 강상현 교수도 “현재 통신업계의 경우 ICT 대연합이 나타나 통신진영의 일치단결을 과시하고 있는데, 방송진영은 그런 것이 없다”며 “각각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만큼 이번 법안에 대한 몇 가지 이슈를 두고 원만한 의견합일이 이루어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토론은 시작부터 격렬했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송상훈 방통위 과장이었다. 송 과장은 “방통위는 유료 방송의 디지털 전환을 업계 자율로 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기조”라고 설명하면서도 “해당 법안에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이 많은데, 저소득층에 대한 요금 감면 및 디지털 TV 반값 정책을 비롯한 지원에 대한 측면과, 디지털 전환 정국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시청권 보장의 측면에서 해당 법안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해당 법안을 반대하는 진영에 불편함을 숨기지 않았다. 이어 송 과장은 논란이 되고 있는 클리어쾀 TV에 대해서도 “클리어쾀 TV를 전면 도입하면서 당연히 규제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클리어쾀 TV 채널 숫자를 최소화하는 방안 등 여러 가지 규제도 이어질 것이기에 최소한 클리어쾀 TV를 둘러싼 반대 진영의 우려는 기우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송 과장은 “해당 법안은 시청권을 보장하고 저소득층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라고 말을 맺었다.
하지만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이에 김혁 한국방송협회 정책실장은 “이번 법안에 대한 개념정리가 필요한 것 같다”고 운을 뗀 다음 “현재 유료 방송 플랫폼이 90%이고 지상파 플랫폼이 10%에 불과하다고 지상파 디지털 전환의 효과를 10%로 보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 정책실장은 “지상파 방송은 무료 보편의 서비스를 구현하는 매체이기 때문에, 지상파 직접수신환경을 완벽하게 개선한 다음 유료 방송에 대한 지원을 실시해 시청자에게 매체 선택권을 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고 전했다. 동시에 그는 “(게다가) 해당 법안은 온전히 케이블 방송을 위한 법안으로 보인다. 법 이름에서 ‘유료’를 삭제하고 ‘케이블 디지털 전환 지원’으로 변경해야 할 판”이라고 잔뜩 날을 세웠다. 또 문제가 되고 있는 해당 법안의 8조 2항, 저소득층 재송신료 면제 부분에 대해서도 “해당 법안이 재송신료 문제를 들고 나왔는데, 여기에는 엄연한 저작권 개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지상파 방송사의 저소득층 지원은 다방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현실이며, 재송신료 면제 부분은 사업자 간 결정해 추진해야 하는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법안에 이러한 부분이 명기된 것은 심각한 문제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케이블 업체를 대표해 토론회에 참석한 성기현 T브로드 커뮤니티 본부장도 즉각 반격에 나섰다. 성 본부장은 “2007년 당시 디지털 전환 관련법을 제정할 때가 떠오른다. 그때도 유료 방송의 입장은 완전히 배제되어 있었다”고 성토하며 “진정한 디지털 혜택을 국민에게 전달하려면 직접수신율 10%라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논란이 되고 있는 해당 법안의 클리어쾀 TV 부분에 대해서도 “해당 법안에 실린 클리어쾀 TV는 케이블 업체가 ‘규제’를 받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일각에서 클리어쾀 TV가 상용화되면 콘텐츠 저가화 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우려하는데, 우리는 그러한 책임을 다 끌어안고 해당 법안의 규제에 따라 올바른 정책 추진을 하는 것이다. 실제로도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번 법안은 저소득층을 비롯한 대국민 지원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성 본부장이 “해당 법안이 케이블 방송 지원이라고 비판하지만, 사실 케이블 가입자를 위한 지원이다”고 발언해 사실상 이번 법안의 정체가 유료 방송을 위한 지원이 아니라 케이블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법임을 스스로 밝히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어 IPTV 및 위성방송을 대표해 토론회에 참석한 이문태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 공익사업팀장의 발언도 이어졌다. 이 팀장은 “해당 법안의 클리어쾀 TV에 반대하지만, 일단 도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한다”는 모호한 발언을 시작으로 여러 가지 확실한 규제방안들을 공개적으로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이 팀장은 “클리어쾀 TV의 대상을 확실히 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채널을 반드시 최소화해야 하며, 각종 법적 규제를 통한 확실한 콘트롤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한 다음 “클리어쾀 TV에 홈쇼핑 채널이 등장해서는 곤란하며, 지금 현재 케이블 사업자들이 아날로그 방송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즉각 중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나섰다. 이 팀장의 이 같은 발언은 ‘해당 법안의 취지에는 유료 방송의 입장에서 공감하나 친 케이블 플랫폼인 클리어쾀 TV에 대해서는 반대한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상용화해야 한다면 확실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 클리어쾀 TV 대상자를 한정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이 팀장은 해당 법안에 완전히 찬성한다기보다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존재한다고 밝혀 케이블 업체를 대표한 성 전무와는 약간의 온도차이를 보였다.
그러자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소속 이상술 MBC 매체전략팀장의 강도 높은 해당 법안 비판이 이어졌다. 이 팀장은 “(해당 법안은) 유료 방송의 패권적 지위가 케이블에서 IPTV로 넘어가는 분위기에서 케이블 사업자가 1,100만 가입자를 지키기 위해 마련된 법안이 아닐까 한다”며 “게다가 클리어쾀 TV에 지상파 방송 넣고 홈쇼핑 채널도 넣는다면 그 막대한 홈쇼핑 채널 수수료는 모두 케이블 사업자의 이득이 된다. 명백히 케이블을 위한 법 아닌가”라고 비난한 다음, 재송신료 면제 부분에 대해서도 “재송신료 면제를 무리하게 해당 법안에 결부시킬 이유는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또 이 팀장은 “무료 보편의 지상파 디지털 전환 작업이 완료되기도 전에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유료 방송 지원 방안을 미리 준비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으며, 이는 수능이 끝나기도 전에 재수학원부터 알아본 격”이라고 비판했다. 해당 법안이 지상파 디지털 전환의 보완이라기보다는 명백히 유료 방송, 특히 케이블 방송을 위한 지원 법안임을 꼬집은 것이다.
동시에 시민단체를 대표해 토론회에 참석한 노영란 DTV전환시청자감시연대 사무국장은 “시청자 입장에서 무료 보편의 미디어 서비스는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고 강조하며 “지상파 직접수신환경 개선 작업이 먼저 이루어지고 다음에 유료 방송에 대한 디지털 전환 지원이 이루어지는 것이 순리다”며 사실상 지상파 방송의 주장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노 국장은 “DTV전환시청자감시연대가 전국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난시청 지역은 현격하게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이런 인프라를 바탕으로 무료 보편의 지상파 직접수신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최우선 되어야 한다”며 “무료로 가능한 것을 유료로 서비스하려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노 국장은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의 현실화가 왜 필요한지, 지금 이 시점에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매체 선택권 측면에서 무료 보편의 지상파 미디어 서비스가 다채널까지 아우르는 것은 공공의 차원에서 의미있는 일이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한편, 토론회 말미에 벌어진 난상논쟁은 각자의 이해관계가 얽힌 해당 법안의 현재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는 듯 했다. 특히 IPTV를 대표해 참석한 이문태 팀장의 해당 법안 문제점 지적에 성기현 본부장이 “지금 이 시간에도 IPTV는 케이블 가입자를 잘 빼 가고 계십니다”는 말로 응대해 눈길을 끌었다. 또 이상술 팀장은 “지역 RO의 규제를 풀어주지 않는 정부의 태도도 문제”라고 지적하며 “전 세계 유례가 없는 유료 방송 지원법은,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해 커다란 파장을 불러왔던 상황과 아주 유사하다. 케이블을 지상파 방송처럼 만들겠다는 것인가?”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자 송상훈 과장이 “해당 법안은 케이블 TV 사업자를 지원하는 법이 아니다”라고 대답하자 이 팀장은 다시 “거듭 강조하지만, 디지털 수상기를 지원하고 수신환경 개선을 실시한 다음, 시청자에게 매체 선택권을 주는 것이 현명하다”고 주장하며 “지금으로서는 디지털 전환을 연장해야 할 판이다”고 성토했다. 또 이 팀장이 “이런 법안이 방통위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김장실 의원실에서 나온 것도 이상한 부분이다”고 지적하자 송 과장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는 어색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번 토론회에 참석한 인사들은 해당 법안이 유료 방송, 특히 케이블 지원을 위한 법안인 것에 어느 정도 공유를 하는 분위기였다. 동시에 케이블 방송은 현재의 직접수신율 현실을 직시한 냉정한 판단에서 해당 법안이 정식으로 힘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지상파는 무료 보편의 수신환경이 먼저 개선되어야 하며, 동시에 케이블 사업자의 클리어쾀 TV 활성화 및 재송신료 면제 부분에 집중적인 문제제기를 하는 형국이었다. 또 시민단체는 시청권 보장 차원에서 양쪽의 주장에 비판적이나 어느 정도 지상파의 우선적인 직접수신환경 구축에 힘을 보태는 모습을 연출했으며 IPTV 및 위성방송은 유료 방송 지원법 자체에 대한 추상적인 동의와는 별개로 ‘친 케이블 적 법안 등장’에 대해서는 분명히 반대하는 주장을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