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지역 방송…“방통위, 맞춤형 정책 고민해야”

위기의 지역 방송…“방통위, 맞춤형 정책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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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위기의 지역 지상파 방송을 살리기 위해선 전파료 현실화, 결합판매 비율 조정, 광고 외 수입 확대, 광고 규제 완화 등 종합적인 재원 확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11월 5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 기자회견장에서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열린 ‘지역 지상파 방송의 경쟁력 강화와 재원 확대 방안 세미나’에 참석한 대다수 전문가들은 지역 방송의 필요성에 깊이 공감하며 “지역 방송의 생존을 위해선 지역 방송에 맞는 정책적 고민을 해야 할 뿐 아니라 전파료 현실화, CM 순서 지정에 따른 분배, 간접광고 배분 등 중앙 방송사와의 갈등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갈등을 중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경락 공공미디어연구소 박사는 “지역 방송은 다원화된 현대사회의 다양한 지역적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수단으로 그 필요성에 있어서는 거창한 수식어가 동원될 필요가 없다”며 지역 방송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한 뒤 “지역성 구현을 위해 필수적인 지역 방송이 취약한 재원 구조로 다층적인 위기 상황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전체 지상파 방송사의 매출액에서 지역 방송사 매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17.5%에서 2012년 15.5%로 감소했으며 특히 지역 MBC의 광고 매출액은 2008년 3,350억 원에서 2012년 2,710억 원으로 연평균 5.2%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 박사는 “광고 매출이 크게 감소하면서 제작비가 줄어들고 이로 인해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접어들고, 콘텐츠 경쟁력 약화는 또 다시 광고 매출의 하락으로 이어지는 등 (지역 방송이)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며 “지역 MBC의 경우 광역화를 통한 악순환의 고리 끊기 시도를 하고 있으나 그 효과 역시 미미하다”고 말했다.

양문희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역시 “지역 방송의 자체 제작 프로그램 편성 비율은 지역 MBC가 16%, 지역 민방이 29%에 불과하고, 지역 유통 프로그램도 부족해 우수 프로그램의 판매 수익도 낮은 편”이라며 “지역 방송의 재원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논의된 지역 방송의 재원 확충 방안은 △전파료 현실화 △CM 순서 지정에 따른 광고 수익 배분 △간접 광고 배분 △중간 광고 등 지역 지상파 광고 규제 완화 등이다.

먼저 전파료란 중앙 방송사가 제작한 방송 프로그램을 지역 방송사가 전송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광고 수익 배분료로 지역 방송사 광고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앞서 지난 10월 MBC 방송문화진흥회 국정감사 당시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 역시 이 부분을 지적했다. 당시 서 의원은 “전파료 배분과 관련해 지역 MBC에서 방송통신위원회에 분쟁조정을 신청하거나 방송광고균형발전위원회 공식 요청을 할 수 있는데 지역 MBC 경영진 측에서 이 부분을 대변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지역 MBC와 상생하기 위해서 MBC 본사가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CM 순서 지정에 따른 광고 수익 배분과 간접 광고 배분 역시 지역 방송사가 중앙 방송사와 풀어야 하는 문제다.

CM 순서 지정 방식 판매 광고는 프로그램에 붙은 여러 개의 광고 중 집중도가 높은 광고 순서에 할증을 붙여 올리는 수입으로 변형된 광고 방식이다. 지역 방송사들은 “광고 매출이 올라가면 그 늘어난 매출 부분도 지역 방송사에 배분해야 하지만 중앙 방송사에서 이를 배분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프로그램 판매 요금은 제작비와 전파료로 구성되는데 이미 중앙 방송사가 프로그램 제작비로 광고 요금의 70~80%를 가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CM 순서 지정료를 지역에 배분하지 않을 근거도 없고, CM 순서를 지정해서 광고를 편집하는 데 추가 제작비가 드는 것도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간접 광고 역시 마찬가지다. 간접 광고는 이미 여러 차례 지적됐던 내용으로 지상파방송의 간접광고 매출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지역 방송으로의 배분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국감에서 “MBC의 경우 간접 광고가 처음 도입된 2010년에 간접 광고 매출액 16억 원 중 2억 원을 지역 MBC에 ‘전파료’로 배분했지만 정작 본격화된 2011년 이후에는 한 푼도 배분하지 않고 있고, SBS는 2010년부터 지금까지 지역 민영방송에 전혀 배분하지 않고 있다”며 “MBC와 SBS가 지역 방송에 전형적인 ‘갑질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방통위 역시 이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는 방통위에 ‘지역 MBC 광고 매출 하락 개선 방안’을 제출하면서 “지역 MBC 광고 매출의 실질적 개선을 위해서는 공사의 제반 노력과 더불어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며 본사 위주로 매출 배분되는 CM 순서 지정 판매, 간접 광고 등의 지역 배분 추진의 필요성 등을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방통위는 아직까지 이에 대한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지금까지 간접 광고 매출을 지역 방송에게 전혀 배분하지 않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필요하다면 정부의 개입도 어느 정도 요구된다”며 방통위의 적극적인 역할 모색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