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MBC “어디로 가나”

위기의 MBC “어디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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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대 대통령으로 박근혜 당선인이 선출된 가운데, 미디어 업계에서는 MBC 김재철 사장의 거취 및 공정방송 복원을 위해 투쟁했던 노동조합의 운명이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11월 14일, MBC 노조는 서울 여의도 MBC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71일 동안 끌어온 공정방송을 위한 파업 종료의 이면에는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의 약속이 전제되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정영하 위원장은 “박근혜 (당시) 후보가 직접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고 천명했다”며 “MBC 정상화를 위한 박 후보의 행동을 촉구한다”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이러한 ‘박심(朴心)’을 노조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이상돈 교수(새누리당 비대위원)는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슬쩍 발을 빼는 모습을 보였으며 박근혜 당선인도 특별한 언급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동시에 이번 18대 대선이 박근혜 당선인의 승리로 끝나면서 많은 전문가들은 “MBC를 대하는 박근혜 당선인의 태도가 국민 대통합의 바로미터로 여겨질 확률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번 대선이 사상 유례없는 진영주의적 투쟁으로 번지며 보수와 진보의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었기 때문에 박 당선인이 향후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온전히 가져오려면 국민 대통합을 강조할 수밖에 없으며, 당연히 MBC 문제가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황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우선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개적으로 회자되 바와 같이, MBC 사측의 ‘경력사원 모집 및 추후 200명 권고사직설’은 단순한 소문 차원을 넘어 실질적인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으며 지난 12월 20일 열린 방송문화진흥회에서 일단 제동이 걸리기는 했지만, 강릉-삼척 MBC 통폐합도 지역 미디어 활성 차원에서 볼 때 심각한 문제로 여겨지고 있다. 거기에 MBC의 저조한 시청률의 이유를 자사의 무너진 공정방송 기능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무차별적인 프로그램 폐지 및 탄압을 통해 모색하려는 사측의 태도는 MBC의 앞날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많은 전문가들은 ‘무너진 MBC’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서는 박근혜 당선인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가뜩이나 공정방송 복원에 대한 구체적인 공약이나 약속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박 당선인이 올바른 ‘국민 대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행동에 돌입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비관론자들은 “MBC 사측과 박근혜 당선인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러한 주장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 확정 직후 MBC의 노골적인 ‘용비어천가’를 분석한 이용마 MBC 노조 홍보국장의 진단에서 더욱 극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 홍보국장은 <대통령의 딸에서 대통령으로…박근혜는 누구?>라는 뉴스 리포트를 예로 들어가며 “대통령의 인생역정을 리포트 한것 치고는 너무 노골적”이라며 “앞으로 MBC가 걸어갈 길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전했다.

동시에 MBC 민영화 사업도 변수로 꼽힌다. 이에 전문가들은 MBC 민영화 추진은 MBC 자체를 민영화시켜 정수장학회의 지분을 특정 세력이 매각한 뒤 궁극적으로 공영방송 자체를 붕괴시키려는 의도라고 반발하며 “박 당선인이 MBC 민영화에 찬성하는 순간, MBC 노조의 어려운 싸움이 다시 한번 재현될 공산이 크다”고 분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