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가 일상화된 지상파…중간광고 도입은 언제쯤?

‘위기’가 일상화된 지상파…중간광고 도입은 언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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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에 대한 비대칭규제 하루빨리 폐지해야”

[방송기술저널 백선하] 지상파 방송사의 경영난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KBS의 영업손익 적자는 585억 원으로 영업이익 202억 원을 거둔 2017년도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KBS 당기손익은 –680억 원으로 집계됐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광고와 콘텐츠 판매 수익이 뚝 떨어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다른 방송사와 비교할 수 있는 1/4분기 광고 감소량도 KBS가 –37%로 가장 크다”고 말했다.

MBC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해 MBC의 영업손익 적자는 1,273억 원으로 2017년 565억 원보다 2배 이상 늘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급격한 광고 매출 하락과 콘텐츠 판매 부재, 월드컵‧올림픽 등 중계권료 상승 등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해결책을 찾는 게 쉽지 않다”며 “MBC의 경우 지난해보다 약 20% 늘어난 금액을 콘텐츠에 투자한다고 밝혔는데 이미 상반기만 해도 10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아이템’, 200억 원 대작 ‘이몽’, 기대작으로 꼽혔던 ‘더뱅커’ 등이 줄줄이 시청률 부진을 겪고 있어 콘텐츠 투자에 따른 실질적 결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SBS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7억 원이다. KBS나 MBC에 비해서는 나은 상황이지만 2017년 실적 140억 원과 비교해본다면 20분의 1 수준이다. 또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은 278억 원으로, 전년 동기(20억 원) 대비 258억 원 증가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지상파의 경영 위기를 두고 일시적인 문제가 아닌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한다. 넷플릭스 등 OTT 시장의 급성장, 1인 가구 증가 등의 변화로 미디어 시장 자체가 TV에서 모바일로 바뀌고 있는 만큼 지상파 방송사가 위기를 헤쳐 나갈 방도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18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TV 이용량은 하루 평균 2시간 47분으로 1시간 36분인 스마트폰과 14분인 라디오에 비해 압도적이다. 매체 보유 역시 TV 보유율은 96.5%로 스마트폰 보유율 89.4%에 비해 높았다. 물론 스마트폰의 중요도가 증가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TV의 시대가 완전히 끝났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오히려 TV와 스마트폰은 상보적 관계로, TV를 시청하면서 스마트폰을 함께 이용하는 비율이 전년 52.9%에서 55.2%로 증가했다.

또한 방통위가 발표한 ‘방송산업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지상파의 매출은 급감하는 반면 종합편성채널 등 유료방송의 매출은 상대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지상파 광고 매출은 2005년 2조4,000억 원에서 2016년 1조6,000억 원으로 급감했고, 2017년에는 이보다 하락한 1조4천여억 원을 기록하고 있다. 약 10년 사이에 광고 매출의 40%가 감소한 것이다. 하지만 신문을 모기업으로 하고 있는 종편의 경우 2011년 716억 원에서 2017년 4,004억 원으로 무려 5.6배 증가했다. 지상파 관계자는 “TV 산업이 끝났기 때문에 지상파가 위기라고 하는데 종편의 성장을 보면 그렇지만도 않다”며 “지상파 방송사에만 적용되는 비대칭 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상파에 대한 비대칭 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제기됐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방송의 날 축하 자리에서 세계 최초 초고화질(UHD) 방송과 한류 드라마 등 지상파의 성과를 치하한 뒤 “우리 방송의 경쟁력을 높이도록 정부도 불필요한 규제는 제거하고 간섭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중간광고 금지다. 한국방송협회는 “지상파 방송 중간광고 금지를 비롯한 불합리한 비대칭 광고 규제로 인해 주요 재원인 방송광고가 급격히 줄어 공적책무를 위한 방송 콘텐츠 제작 기반이 약화됐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시청자복지가 악화되고 있다”며 “1973년 석유파동에 따른 에너지 절약의 일환으로 금지돼 45년을 이어온 지상파 방송 중간광고 금지를 더 이상 지속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방통위는 지난해 말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 등을 담은 ‘방송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지만 중간광고 도입은 여전히 깜깜무소식이다. 양승동 KBS 사장, 최승호 MBC 사장, 박정훈 SBS 사장 등 지상파 3사 사장단은 5월 28일 방통위원장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중간광고의 조속한 도입을 요청했다. 이에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8년 동안 지상파 방송사의 광고 매출이 41%나 줄어드는 등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다“며 재정 악화에 공감을 표했지만 중간광고 도입 시기에 대해서는 ”여전히 검토 중인 사안이어서 답변을 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답했다.

홍문기 한세대 교수는 한국광고홍보학회 학술대회 토론 자리에서 “2000년대 초반 통합방송법 논의 시절부터 이미 중요한 해결 주제로 논의되던 지상파 중간광고 재도입이 현 시점까지도 이런 저런 꼬투리를 잡히며 해결되지 못하고 표류돼 왔다는 점이 매우 아쉽다”며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를 이념과 사회적 갈등의 측면으로 끌고 가 논의를 왜곡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