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공동중계 사실상 결렬 … SBS 단독중계로 진행
KBS와 MBC, SBS 지상파 방송 3사의 ‘2010 남아공 월드컵’ 중계권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오는 6월 열리는 남아공 월드컵은 사실상 SBS의 단독중계로 진행될 전망이다.
지상파 방송 3사는 지난달 23일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의 시정조치 이후 여러 차례 협상을 벌였으나 각 사의 입장차가 너무 커 지정된 협상만료일인 지난달 30일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지상파 방송 3사는 지난 3일 방통위에 협상 결렬 내용을 제출했으며, 방통위는 지상파 방송 3사의 시정명령 불이행에 대해 중계권료의 5% 범위 내에서 과징금을 징수할 수 있다.
월드컵 중계권 협상의 핵심 쟁점은 한국전 중계와 중계권료 분담액이다.
중계권을 확보한 SBS는 협상 초반부터 개막전과 결승전을 비롯한 한국전, 북한전, 일본전, 호주전 경기를 독점중계 하겠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하지만 KBS와 MBC는 국민적인 관심이 높은 한국전과 북한전 등을 중계할 수 없다면 중계의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었기에 시작부터 협상이 쉽지 않았다. KBS 관계자는 “국가기간방송인 KBS가 한국전과 북한전을 중계할 수 없다면 협상자체가 진전될 수 없다”며 “SBS는 처음부터 한국전, 북한전 등의 경기를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기에 협상은 결렬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중계권료 문제도 의견이 모아지지 않았다. SBS가 중계권 판매 희망가격을 318억원 이상을 제시한 반면 KBS와 MBC는 중계권 구매 희망가격을 240~250억원 정도로 제시해 상당한 차이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밴쿠버 동계올림픽 단독중계 이후 계속 논란이 되어왔던 ‘2010 남아공 월드컵 중계’는 방통위의 막판 협상중재로 극적 타결 가능성을 보였지만 결국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이로써 SBS는 남아공 월드컵 단독중계로 적잖은 이익을 취하게 됐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단독 계약 체결로 심각한 국부 유출의 전례를 제공했다는 비판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이에 SBS 성회용 정책팀장은 “KBS 역시 2006년 올림픽․월드컵 축구 아시아지역 예선경기를 단독 재구매한 뒤 한국전을 단독 중계했고, MBC도 1997년과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단독 중계함으로써 지상파 방송 3사간의 신뢰를 저버린 적이 있다”고 반박했다.
월드컵 중계권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KBS와 MBC는 현장 중계석이 아닌 방송사 스튜디오에서 경기를 보면서 중계하는 ‘오프튜브(Off-Tube) 중계권’을 놓고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SBS 측에선 이 협상을 따로 진행할 뜻이 없는 것으로 전해져 오프튜브 중계권 협상 역시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