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렙 법 시행령을 구체화하는 허가 고시 제정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OBS가 성명서를 통해 방송통신위원회를 압박하기 시작해 눈길을 끈다. OBS는 자사 성명을 통해 “(OBS를) 공영 미디어렙에 포함시켜줄 것”을 주장하고 있다. 민영 미디어렙 편입을 주장했던 MBC와는 사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2007년 야심차게 방송을 시작한 OBS는 현재 1천억 원의 적자를 내며 휘청거리고 있다. 특색있는 콘텐츠와 OBS만의 색으로 무장한 프로그램들을 열심히 제작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 사정상 경영이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만약 OBS가 민영 미디어렙에 포함된다면 경영상황이 더 악화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민영 미디어렙인 ‘미디어크리에이트’는 OBS의 경쟁사격인 SBS가 운영하는데다 안정적인 수익 보장도 요원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SBS를 둘러싼 미디어렙 사안은 지역민방과의 사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절대 ‘쉬운’ 상태는 아니다.
이에 OBS는 성명서를 통해 “민영 미디어렙은 OBS와 방송권역이 중복되는 경쟁방송사 SBS가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며 “경쟁 방송사가 지배하고 있는 민영 미디어렙이 OBS의 광고판매를 대행할 경우 과연 정상적인 판매가 이뤄질 것인지 강한 의구심과 깊은 우려를 떨쳐버릴 수 없다”고 말했다. 동시에 방통위에 대해서도 OBS가 차선책으로 미디어크리에이트를 제안하는 등 협조했지만 “OBS의 이러한 선의의 노력과 의지를 철저히 무시한 채 조정역할을 포기했다”며 “이에 OBS는 공영 미디어렙인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전적으로 대행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또 방송광고 결합판매제도에 대해서도 이 제도는 100% 자체편성을 하고있는 OBS와 같은 중소 방송사가 운영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이어야 하지만 방통위는 오히려 결합판매 비율을 더욱 낮추어 기존의 매출액도 보전할 수 없도록 하는 시스템을 고수하려 한다는 비판도 이어갔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방통위도 속앓이를 하고 있다. 현재 KBS와 MBC가 속한 공영 미디어렙에 군소 종교 방송사도 편입되길 원하기 때문이다. 이에 CBS, 평화방송, 불교방송, 원음방송 4개 사는 공동성명을 내고 “종교 방송사는 공영 미디어렙에 연계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모든 방송사가 공영 미디어렙에 속할 가능성은 없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OBS와 종교방송의 공영 미디어렙 편입 요구는 SBS 주도로 이루어지는 민영 미디어렙에 대한 불신과 현 미디어렙 시스템의 심각한 불합리성을 증명하는 것이라는 것에 많은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다. 문제의 해법은, 방통위의 사태조율 능력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