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전숙희 기자] 방송사업자와 외주제작사 간 투명한 거래 질서를 확립하고 상생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방송프로그램 외주제작 거래 가이드라인’이 마련됐다. 이행 준비 기간을 거쳐 올해 11월부터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1991년 방송사 대상의 외주 제작 의무 편성 제도를 도입한 이후 외주제작 시장은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으나 질적으로는 불충분한 제작비 지급, 저작권과 수익의 자의적 배분 등 불합리한 관행이 문제 됐다.
이에 2017년 정부 5개 부처 합동으로 ’방송 프로그램 외주제작 불공정 관행 개선 종합대책‘을 국무회의에 보고했으며, 그 후속 조치로 가이드라인 마련을 추진해왔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이번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방송사업자와 외주제작사 간 외주제작 거래 시 △외주제작의 원칙 △계약의 구성 및 방식 △제작비 산정 및 지급 △저작권 및 수익 배분 △상생을 위한 노력 등을 담고 있다.
우선 외주제작의 원칙으로 성실한 협의를 통해 상호의사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하고, 상호 간 책임과 의무를 이행하도록 함으로써, 협상의 우월적 지위를 지닌 사업자가 이를 이용하여 상대의 의사에 반하거나 일방적 책임을 부과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계약 체결 시 문화체육관광부가 제정한 ‘방송프로그램 제작 표준계약서 및 방영권 구매계약서’를 활용하도록 하고, 촬영 시작 전에 서면 계약을 체결하도록 했다. 그간 촬영 전 구두로만 계약하거나 제작비 지급 시기가 불명확해 발생하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그간 방송사의 자산을 이용할 것을 계약 조건으로 내걸고, 이를 근거로 수익을 불합리하게 배분하던 관행을 타파하고자 방송사 자산의 이용 강제를 금지했다. 방송사가 정당한 사유가 있거나 외주사의 요청이 있는 경우에 한해 방송사 또는 특수 관계자의 자산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방송사와 외주사는 목적 달성이 불가능한 중대한 하자가 발생한 경우를 제외하고 임의로 계약을 해지하지 않도록 했다. 계약 해지 시에는 원칙적으로 계약해지일 30일 전에 서면으로 해당 사유를 통지하도록 함으로써, 외주사 및 외주사 고용 인력의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했다.
모호했던 제작비 기준도 합리적으로 산정·지급되도록 했다. 방송사는 방송 프로그램 제작비 구성 요소 등을 고려해 매년 외주제작 프로그램 표준제작비 산정 기준을 마련하고, 제작비 산정 시 외주사에 이를 제시해야 한다.
또한, 제작 기간 증감 시 방송사는 외주사에 사전에 통지해야 한다. 통지한 시점에 제작을 완성한 부분, 미완성 시 제작을 진행한 부분에 대해 제작비를 지급하도록 해 제작비 지급 사항을 명확히 하고 제작비 미지급에 따른 외주제작사의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했다.
저작권은 저작권법에 따라 창작자 귀속원칙을 재확인했다. 방송사 또는 외주사가 저작재산권을 양도하는 경우 권리의 종류, 기간 등을 합의해 계약서에 명시하도록 해 불합리한 저작권 귀속 및 수익 배분 등을 방지하고자 했다.
VOD 수익, 해외판매 수익 등 프로그램 활용을 통해 발생한 수익을 배분할 때도 근거 자료가 필요하다. 권리를 대표해 행사하는 사업자가 배분의 근거 자료를 상대 사업자에게 제공하도록 규정해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가 이뤄지도록 했다.
아울러, 공정한 외주거래 환경을 조성하고 외주제작 근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상생협의체를 운영하도록 했다. 개최 시기, 구성원, 논의 내용 등을 포함한 상생협의체 운영계획을 수립하도록 해 방송사와 외주사가 상생 노력을 기울이도록 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이행 준비 기간을 두고 올해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하며, 정부는 지속해서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가이드라인 시행을 통해 “공정하고 합리적인 외주제작 거래 환경과 상생의 제작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나아가 양질의 한류 방송 콘텐츠 제작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