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전숙희 기자] 방송 외주제작시장의 불공정 관행을 바로 잡기 위해 정부가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개최된 12월 19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5개 부처는 합동으로 ‘방송프로그램 외주제작시장 불공정관행 개선 종합대책’을 보고했으며, 같은 날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를 발표했다. 이번 종합대책 수립에 참여한 5개 부처는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용노동부, 공정거래위원회다.
외주제작시장은 1991년 외주제작 의무편성제도를 도입한 이래 44개였던 제작사 수가 2015년에는 532개로 느는 등 양적은 물론 질적으로도 크게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불충분한 제작비 지급, 과도한 노동 시간, 인권 침해 등 불공정 관행이 지속돼 왔고, 결국 지난 7월에는 부족한 여건에서 다큐 제작에 임하던 박환성·김광일 독립PD가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에 방통위 등 5개 부처는 불공정 관행을 개선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실효성 있는 법·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합동대책반을 구성했다. 합동대책반은 8월~11월에 실태 조사 및 현장 점검했으며 관련 협회 및 방송 종사자, 전문가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간담회, 토론회,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종합 대책은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마련한 것으로, △방송제작인력 안전강화 및 인권보호 △근로환경 개선 △합리적인 외주제작비 산정 및 저작권 배분 △외주시장 공정거래 환경 조성 △방송 분야 표준계약서 제·개정 및 활용 확대 등 5개 핵심 개선 과제와 16개 세부 과제를 포함하고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우선 방송제작인력의 안전을 강화하고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외주제작 인력의 상해·여행자보험 가입 확인 여부를 방송 평가 항목에 신설하고 안전대책 수립 여부를 방송사 재허가 조건으로 부과하기로 했다.
또한, 살인적 촬영 일정, 과도한 근무시간 등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5개 부처 합동으로 외주제작 실태 및 근로 환경에 대한 조사를 매년 정례적으로 시행하고, 외주제작시장 전반의 문제점을 지속해서 파악함으로써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방송사가 우월적 지위를 가지고 주도하면서 비합리적으로 이뤄져 왔던 제작비 산정 및 제작권 배분도, 방송사별 자체제작 단가 제출을 재허가 조건으로 부과해 방송사 자체제작 프로그램과 외주 프로그램 간 제작비 격차를 최소화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아울러 공정 거래 환경을 조성하고 적극 대응하기 위해 방통위와 문체부는 ‘콘텐츠 공정상생센터’를 설치할 예정이다. 공정상생센터에는 계약서 미작성, 구두계약 및 인권침해 문제 등 방송 분야의 불공정 행위를 포함해 문화 콘텐츠 산업 전반의 불공정 행위를 신고할 수 있다.
5개 부처는 이번 종합대책의 이행 상황을 분기별로 점검하고 ‘외주제작시장 개선 유관부처 협의체’를 통해 외주제작시장의 문제점을 지속해서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종합대책을 외주제작 의무편성제도 도입 이후 지속돼 온 외주제작시장의 고질적 불공정 관행을 바로잡는 출발점으로 삼을 것”이라며 “방송제작 시장을 확대·발전뿐만 아니라 근로 여건 개선으로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마음껏 꿈과 창의력을 펼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보다 많이 창출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