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이동통신 기술인 와이브로 기술이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 “7년간 겨우 100만 가입자를 모으는 것에 그친 해당 기술을 포기하고 TD-LTE 기술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가운데 방송통신위원회는 “국산 토종 기술을 절대 버릴 수 없다”며 완강하게 버티는 모양새다.
최근 이동통신 시장의 대세로 떠오른 LTE 기술이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리면서 전 세계적으로 와이브로를 포기하고 해당 주파수 영역인 2.3GHz 대역 주파수를 TD-LTE로 변경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가시적인 변화의 분위기도 감지된다. 와이맥스 글로벌 1위 사업자 미국 클리어와이어는 지난해 8월에, 3위 사업자 러시아 요타는 지난 2010년 5월 와이브로 사업을 LTE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또 가입자 기준 전 세계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차이나모바일과 4위 사업자인 인도 바르티 역시 TD-LTE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와이브로의 국내 사용 실적도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2012년 KT가 기존 와이브로 표준요금제 데이터 제공량을 늘리고 와이브로 이용자에게 유클라우드 50GB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등 안간힘을 썼지만,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2010년까지는 증가하던 와이브로 수출액도 지난해부터는 방통위가 아예 수치를 공개하지 않을 정도로 참담하다.
그러나 방통위는 완강하다. 국산 토종기술인 와이브로를 쉽게 포기할 수 없다는 강경한 기조로 일관하는 분위기다. 그런 이유로 방통위는 지난 7월 94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KT의 ‘와이브로 TD-LTE 전환 건의’도 일축하며 “해당 사업에서 철수하려면 사업권과 주파수를 반납하라”고 으름장을 놓자 KT가 황급히 “오해”라며 발을 빼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동시에 올해 3월 방통위는 ‘와이브로 무용론’에 대응하여 KT와 SK 텔레콤에 와이브로 주파수 재할당을 의결해 향후 7년 동안 서비스를 계속하게 만들었다. 양사에 2017년까지 와이브로 가입자를 340만 명까지 끌어 올리라는 ‘불가능한 미션’을 던져주기도 했다.
전문가들도 ‘계륵’이 되어버린 와이브로 기술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3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CDMA의 성공에 심취해 4세대 이동통신인 와이브로를 개발하고도 이를 사실상 사장시킨 통신사의 ‘과오’를 잊어서는 안 된다는 기조는 동일하다. 동시에 전문가들은 “와이브로의 TD-LTE 기술 전환은 두 가지의 시나리오가 있다”며 “제4이동통신을 통한 방안과 기존 사업자인 KT와 SK 텔레콤의 주파수 용도변경을 허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전자의 경우 제4이동통신에 뛰어든 KMI의 와이브로-어드벤스 기술이 사실상 와이브로의 재활용이라는 점에서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물론 후자의 경우는 현재 통신사들이 가장 원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그러나 상황이 통신사들이 원하는 방향으로만 흘러간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에 와이브로를 포기하고 주파수를 반납했을 때, 그 주파수를 다시 TD-LTE에 활용하게 된다는 기약은 없다.
이런 분위기에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19일 보고서에 실린 ‘LTE의 세계적 확산으로 와이브로(와이맥스)의 입지가 더욱 약해질 것’이라는 전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특히 발간된 ‘LTE 구축 전략과 데이터 요금제 동향 보고서’에서 이종화 실장과 김진경 연구원이 올해 말까지 LTE 사업자가 159개로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한 부분은 와이브로의 사장과 더불어 LTE 시장의 팽창을 시대적 흐름으로 분석했다는 평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와이브로의 사장이 곧 LTE의 성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만약 와이브로에서 LTE로의 기술적 전환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치밀한 사전계획이 필수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