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병원 = 고액진료비, 부실 진료”
의료민영화가 불씨가 다시 타오르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영리병원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고, 한승수 국무총리는 제주도가 영리병원 설립의 최적지라고도 하였다. 문제는 이 불씨가 정월대보름 그해 풍년을 위해 논에 놓는 그것이 아니라, 문화재를 앗아가고 산림을 황폐하게 만드는 불씨라는 점이다.
다수 국민들은 이미 우리나라 병원이 영리병원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돈벌이를 하고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병원은 모두 비영리병원으로 수익사업을 제한하고 그 수익을 병원 밖으로 내보낼 수 없다. 영리병원이 허용된다는 것은 외부 민간투자를 유치하고, 병원의 수익을 투자자에게 되돌려주는 것을 의미한다.
투자자가 낸 돈에 웃돈을 얹어 돌려주어야 하기 때문에 환자가 부담하는 의료비는 상식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다. 324개를 병원을 조사한 데브로의 논문에 따르면 영리병원의 환자 1인당 진료비가 비영리병원보다 19%나 높았다. 우리나라는 진료비의 40% 정도를 환자 본인이 부담하고 있다. 이는 OECD국가 중에서 매우 높은 수준이다. 그 때문에 웬만한 서민들은 가족이 큰 병에라도 걸리면 전 재산을 탕진하곤 한다. 이런 상황에서 영리병원 허용은 서민들에게 재앙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돈을 투자해서라도 좀 더 좋은 병원을 만들 필요가 있지 않을까. 2005년 캐나다의학협회지에 기고한 데버루 교수에 따르면, 미국에서 영리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비영리병원에 입원한 환자에 비해 사망률이 2% 더 높다고 밝혔다. 정치인 지지에서 2%는 별 차이가 아니어도,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문제에서 1백 명 당 2명이 더 죽는다는 것은 사소한 일이 아닌 것이다.
또 2001년 <미국의사협회지>에 게재된 해링턴 교수의 논문에 의하면 영리 노인요양원의 질적 결함은 비영리민간기관에 비해서는 56%,정부시설에 비해서도 43% 더 많았다. 왜 일까? 일반 회사가 수익을 내는 원리를 보자. 더 많은 수익을 위해서 ‘더 많은 구매자’를 찾거나, 회사를 ‘구조조정’하는 것이다. 병원에서 ‘더 많은 구매자’란 짧은 시간에 많은 환자를 진료하는 것이고, ‘구조조정’이란 간호 인력을 축소하는 것이다. 두 가지 모두 부실한 진료를 야기하는 원인인 것이다.
제주도는 행정체계 상 특별자치도이니, 그곳에서만 부분적으로 실시해보자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저수지 뚝에 구멍을 내놓고, 물을 가둬둘 수 있다는 주장과 다르지 않다. 이미 부산, 송도무역자유구역 등에서 영리병원을 허용해 달라는 요구가 높다. 미국에서도 영리병원은 전체 병원의 20%에 불과하지만, 영리병원의 이윤 추구행태는 모든 병원에 영향을 주고 있다.
과연 지금 정부가 의료 분야에서 선택해야할 정책이 무엇인가. 국민건강보험제도는 의료할인제도라고 조롱받고 있는데도, 약가 거품과 같은 이유로 건강보험 재정의 지출 과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국공립대학병원은 국민 세금의 지원을 받지만, 일반 민간병원과 다를 바 없이 운영된다. 그 폐해로 피해를 입는 것은 결국 국민일 뿐이다. 영리병원 허용을 위한 방법을 모색할 시간에, 건강보험 적용 확대와 병원의 공익성 확대 지침을 진지하게 검토하는 것이 지금 국민이 바라는 뜻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