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필리버스터 결정
언론단체 “본회의 연기가 아닌 개정안 폐기와 사회적 합의가 정답”
[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언론사의 허위․조작 보도에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릴 수 있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8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다시 논의된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5일 오후 “본회의가 열리지 못하고 연기됐는데 추가 의사일정을 협의한 결과 오늘 처리하지 못한 안건에 대해서는 30일 오후 4시에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는 것으로 합의됐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당초 25일 열린 본회의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비롯한 16개 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었지만 박병석 국회의장이 국민의힘 측이 제기한 본회의 연기 주장을 수용하면서 불발됐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5일 논평을 통해 “오늘 새벽 4시, 민주당이 결국 언론장악법을 단독처리했다. 이 희대의 악법은 문체위에서 법사위까지 통과하는 데 일주일이 채 걸리지 않았고, 언론의 중과실 추정 범위를 넓히는 등 독소조항은 더욱 강화되기까지 했다”며 “민주당이 주장한 대로 그토록 당당하다면, 제대로 된 토론도 없이 법안을 졸속 처리할 이유도 없었고, 국민의 눈을 피해 새벽에 강행 처리할 이유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은 26일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의힘은 앞서 필리버스터에 대해 실효성 등을 두고 고민해왔으나 현실적인 대안이 없는 상황을 고려해 필리버스터를 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언론중재법을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언론을 통제·검열해 국민의 알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법안”이라고 규정하며 “이 법안 통과를 최대한 저지하기 위해 무제한 토론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법적 대응도 준비중이다. 김 원내대표는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하고 또 위헌심판청구, 헌법소원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대선 후보인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개혁의 부메랑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돈 있고, 힘 있고, 빽 있는 사람들이 ‘한겨레, 경향, 오마이뉴스? 그래 잘 걸렸어’라면서 이 법으로 소송을 건다고 하면 기자도, 데스크도, 회사도 부담을 갖게 될 것”이라며 “언론의 감시와 견제, 비판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중진인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SNS에서 “언론의 자유를 크게 위축시킬 소지가 있다”며 “야당과 시민·언론단체에 문제된 부분을 수정·보완하는 방향으로 개정하자고 설득해 여야 합의로 통과시켜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했다.
언론 단체는 개정안 폐기와 사회적 합의가 먼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은 25일 성명을 통해 “결국 본회의 연기나 전원회의 소집 요청 모두 야당 요청을 받아들였다는 명분 쌓기의 마지막 수순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한 달 동안 속도전으로 진행된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부실함이 이렇게 확인된 마당에 본회의 연기는 어떤 의미도 없다. 본회의 연기가 아니라 개정안 폐기가 필요하며 원점에서 미디어 피해구제 강화와 언론자유 보호를 위한 사회적 합의 절차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