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백선하) <뉴욕타임스>의 혁신 보고서가 국내 언론계에 조용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5월 유출된 <뉴욕타임스>의 혁신 보고서는 미국 최고 권위의 일간지 내부 보고서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철저한 반성과 변화의 움직임을 담고 있다. 혁신 보고서는 “우리는 신생 매체들에 비해 디지털 시스템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며 “신문 1면에 과도하게 집착해 사회 관계망 기반 미디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등 디지털 세계에 융화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정보 사회 요구에 재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점을 반성한 것이다.
<뉴욕타임스>의 혁신 보고서는 “뉴스를 잘 만들면 독자들이 잘 읽어주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 독자들에게 전달되는 뉴스가 좋은 뉴스다”라며 좋은 뉴스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내렸다. 독자들이 ‘좋은 뉴스를 나를 찾아오게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뉴욕타임스>는 앞으로 디지털 뉴스 생산에 집중하는 ‘디지털 우선 전략(Digital First)’을 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독자들의 정보 소비 창구 변화의 근거로 ‘홈페이지 직접 방문자 감소’라는 구체적 수치를 제시했다.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방문자 수가 최근 2년 사이에 절반 가까이 줄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트래픽의 차이는 거의 없었다. 이는 곧 독자들이 정보를 접하는 경로가 홈페이지 방문보다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 혁신 보고서는 “잘 쓴 페이스북 포스팅 하나가 신문 헤드라인보다 낫다”며 “좋은 콘텐츠를 지면을 통해서만 알리려 했던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이제는 소셜 미디어에서 적극적인 프로모션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동안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에 친화적인 조직으로 거듭나자는 내부 동의를 구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전통적인 뉴스 유통 방식을 변경해야 한다는 <뉴욕타임스>의 내부 반성은 전 세계 모든 언론사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우리나라 언론사도 마찬가지다. 이젠 독자가 정보를 찾아가는 시대가 아니라 정보가 독자를 찾아가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언론사들도 이제는 적극적으로 독자들과 소통하며 독자를 찾아 나서야 한다.
하지만 국내 언론사들은 아직도 SNS를 단순 기사 공유 창구로만 활용하고 있다. 전담 기자는커녕 인턴 기자나 아르바이트생들을 통해 기계적이고 반복적으로 기사를 올리는데만 급급해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언론사는 기사의 취사선택도 인턴 기자와 아르바이트생에게 맡기고 있다. SNS가 속보성 그 이상의 가치로 나아가고 있는 현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혁신 보고서를 만들기 이전에도 SNS 전담팀을 꾸려 기자들이 직접 독자와 소통하며 뉴스 콘텐츠를 생산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디지털 우선 전략’으로 SNS를 더 활용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뉴욕타임스>가 저널리즘의 근간을 저버리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기존 저널리즘의 기능은 잊지 않으면서 디지털 상황에 맞춰나가야 한다며 기존 저널리즘 기능에 SNS의 기민함을 받아들여야 생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1면 기사나 8시, 9시 방송 뉴스에 초점을 맞춰 기사를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대에 상관없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기사를 유통시키고, 독자 반응을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이 같은 <뉴욕타임스>의 내부 고찰은 국내 언론사들에게 또 다른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과연 <뉴욕타임스>의 혁신 보고서가 생각에만 머물러 있던 국내 언론사들의 SNS 활용 방안에 변화를 이끌어낼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