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적으로 마무리된 듯 보이는 언론사 파업이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 제2차 언론사 파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각 언론사 내부 구성원의 단결력이 높아진 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어 제2차 언론사 파업이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올 상반기 ‘낙하산 사장 퇴진과 언론의 공정성’ 등을 주장하며 시작된 KBS, MBC, YTN, 연합뉴스, 국민일보 등 언론사 파업은 지난 7월 18일 170일간 장기파업에 접어들었던 MBC의 파업이 잠정 중단되면서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각 언론사 사측이 파업 종료 이후 파업을 주도한 노조 집행부는 물론이고 일반 노조원 심지어는 비노조원까지 징계를 내리는 등 이른바 ‘보복 인사’를 단행하면서 노사 간 갈등은 더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파업 종결이 아니라 ‘잠정 중단’ 선언을 한 뒤 업무에 복귀한 MBC의 경우 MBC 노조가 업무 복귀를 결정한 그날 밤 바로 ‘보복 인사와 보은 인사’가 내려졌다. MBC 사측은 임직원 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해 50여 명의 파업 참가 인원을 기존의 업무와 전혀 관련이 없는 타부서로 옮기는 등의 ‘보복 인사’를 내렸고, 뒤이어 파업 기간 동안 사측의 입장을 충실히 대변한 간부들에게는 일종의 ‘보은 인사’를 했다. 또한 최근에는 파업 참여를 이유로 정직과 대기발령을 받았던 노조원에 대해 추가 교육명령을 내려 징계가 끝난 뒤에도 파업 참가자들을 업무에 복귀시키지 않는 등 ‘2차 보복 인사’나 다름없는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MBC 파업에 참여하지도 않은 <PD수첩> 작가 6명을 전원 해고하면서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연합뉴스 역시 노조 집행부를 중심으로 파업에 적극 참여했던 13명에 대해 중징계를 내려 노사 간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사측은 지난 14일 오후 인사위원회를 열어 공병설 전국언론노동조합 연합뉴스지부 위원장 정직 1년을 비롯해 권혁창 증권부 부장대우·고형규 국제뉴스1부 차장 정직 6개월, 경수현 다문화부 차장 정직 4개월, 최찬흥 노조 부위원장·정성호 사무국장·정준영 경제부 부장대우 정직 2개월 등의 중징계를 내렸다. 사측은 ‘불법 파업으로 인한 무단결근과 지시 위반, 업무방해 및 경제적 손실 야기’ 등을 징계 사유로 밝혔지만 노조 측은 “사측이 발표한 징계 내용은 노사 합의를 깔아뭉갠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파업 종료 당시 사측과 ‘인사 상 불이익을 주지 않으며, 징계자를 최소화한다’는 노사 합의를 맺었는데 사측이 이를 어겼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상황은 국민일보도 마찬가지다. 국민일보 사측 역시 파업에 참가한 기자 4명을 해고하는 등 13명의 노조원에게 중징계 처분을 내려 국민일보 노조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국민일보 노조는 사측이 파업 전반기 쟁의부장을 맡았던 황일송 기자를 해고하고, 황세원·이제훈·함태경 기자에겐 해고와 다를 바 없는 권고사직을 통보했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권고사직은 1주일 이내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자동 해임되는 것으로 사실상 해고와 같은 중징계 처분이다. 또한 사측은 양지선·전병선·박유리·최정욱 기자에게 정직 3개월, 김종호 기자에게 정직 1개월의 징계를 일방적으로 통보했고, 이성규 전 국민일보 노조 사무국장 등 4명의 조합원에겐 감봉 처분을 내렸다. 이에 국민일보 노조 측은 “이번 징계는 파업 참가자에 대한 명백한 보복”이라며 “정당한 파업에 따른 쟁의행위를 보호하는 헌법과 노동조합법, 단체협약 등을 무시한 위법적 결정”이라고 즉각 반발했다. 노조는 이어 사측이 파업 기간 동안 조합원들이 트위터나 외부 매체에 쓴 글까지 경영진 비방이라고 평했으며, 징계 당사자가 쓰지도 않은 리트윗까지 문제 삼은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언론사 사측의 파업 후 징계가 이어지면서 언론사 내부적으로는 파업 당시 상황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언론계에서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언론사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를 제기한 것만으로도 큰 성과라는 평가를 받았던 상반기 언론사 총파업이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인 ‘낙하산 사장 퇴진’ 문제를 제대로 풀어내지 못했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결국 낙하산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그대로인 채로 업무에 복귀했기 때문에 노사 간 갈등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사들의 장기 파업을 통해서 내부 목소리의 단결이 깊어진 만큼 당분간 사측도 노조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고, 노조 역시 이전과 달리 ‘공정 보도’ 등에서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낸다면 파업 이전과는 다른 상황 전개가 펼쳐질 것이란 의견도 제기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