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가 압도적 투표율과 압도적 가결로 파업에 들어간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11월 22일부터 28일까지 모바일로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한 결과 91.4%의 투표율(재적 1,024명/투표자 수 936명)에 찬성 86.6%(811명), 반대 13.4%(125명)로 파업이 가결됐다고 밝혔다.
앞서 정형택 언론노조 SBS본부 본부장은 본부장 편지를 통해 “사측은 노동자의 권리가 담긴 노사관계의 헌법과도 같은 단체협약을 없애고, 사장과 공정방송 최고 책임자 임명 시 종사자 최소한의 동의 절차와 노조 추천 사외이사 제도도 없앴다”며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 어떤 견제도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백번 양보해 지금 비굴한 타협을 택하면 이 싸움을 끝낼 수 있느냐”며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없다면, 더 이상 빼앗겨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 더 늦기 전에 내 권리를 내 손으로 지켜야겠다고 다짐한다면, 나와 SBS의 미래를 진정으로 걱정한다면, 파업 찬반 투표에 참여해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압도적 찬성률로 가결시켜 달라”며 “맞서 싸울 수 있는 힘을 노조에 달라”고 요구했다.
SBS는 10월 3일 0시부터 무단협 상태에 놓였다. 쟁점은 임명동의제다. SBS는 지난 2017년 10월 13일 방송사 최초로 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한 편성·시사교양·보도 부문 최고 책임자에 대한 임명동의제를 도입했다. SBS 대주주의 보도통제 및 SBS를 통한 광명 역세권 개발 사업 로비 의혹이 제기되자 윤세영 회장은 SBS의 소유와 경영의 완전한 분리를 선언하며 회장직에서 물러났고 그 일환으로 임명동의제가 도입됐다. 하지만 지난 1월 사측은 돌연 임명동의제 조항을 단협에서 삭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후 4월 단협 해지를 통고했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사상 초유의 무단협 상태를 막기 위해 임명동의제에서 사장을 제외하겠다고 제안하며 한 발짝 뒤로 물러섰지만, 사측은 ‘임명동의제 삭제’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무단협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사측에서는 ‘단협에서 14장 임명동의제 조항을 빼라’, ‘임명동의제 빠진 단협을 우선 체결하고 별도 TF에서 공정방송 방안을 논의하자’, ‘기존 임명동의제 없애고 국장급만 대상으로 하자’ 등 다른 말인 양 이야기하고 있지만 결국 사장과 본부장 모두 임명동의 대상에서 빼라는 것”이라며 “단협 해지를 통고한 지난 4월부터 사측의 생각은 단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시청자위원회도 사측의 독주를 비판하는 입장을 냈다. 언론노조 SBS본부에 따르면 시청자위원회는 “임명동의제는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시청자, 규제기관, 사회 전체를 상대로 한 약속”이라며, “시사교양, 편성, 보도 부문 최고 책임자에 대한 임명동의제가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 시청자위원 다수 의견”이라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시청자위원회의 의견은) 임명동의제는 공정방송을 위한 최소한의 담보 장치이고 특히, 노조의 양보로 사장이 임명동의 대상에서 제외된 만큼 본부장 임명 시 종사자 최소한의 동의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노조의 주장과 한 치도 다름이 없다”며 “오직 사측만이 귀 닫고 진실을 부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작은 소리도 합쳐지면 외침이 되고, 그 외침은 큰 함성으로 돌아온다”며 “87년 6월의 함성이 독재정권을 무너뜨렸고, 30년 뒤 촛불 함성이 박근혜 정권을 하야시켰음을 사측은 똑똑히 기억하길 바란다. 듣기 싫다고 보기 싫다고 귀 막고 눈 가린다고 진실이 사라지지는 않는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