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를 모았던 국회 방송공정성 특위가 내실있는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공전만 거듭하자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실력행사에 나섰다. 이에 언론노조는 공정보도 쟁취를 위한 총투쟁을 선포하는 한편, 추후 대국민 선전전을 포함해 필요하다면 파업까지 불사한다는 전략을 대내외에 천명했다.
언론노조는 11월 11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총력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공영방송의 끝 모를 추락을, 언론 자유의 유린을, 미디어 생태계 파괴를, 그리고 해직언론인의 아픔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며 “총파업을 불사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우리는 투쟁할 것이다”고 선언했다. 국회 방송공정성 특위가 공전을 거듭하며 종합편성채널 및 다양한 유료방송 특혜(8VSB 포함)가 노골적으로 심화되는 한편, 해직언론인 문제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드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언론노조의 비장한 출사표는 주요발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강성남 언론노조 위원장은 “언론장악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며 “지금이라도 국회 방송공정성 특위가 제 역할을 해내야 하며, 해직언론인 문제를 반드시 해결할 수 있도록 총력투쟁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또 강 위원장은 “절대 순한양이 되지 않겠다”며 “이번 총력투쟁이 방송의 공공성을 살리는 최후의 보루라는 점을 명확히 한다”고 단언했다.
박석운 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도 “지금 방송은 정권의 주구, 시녀다”고 꼬집으며 “시민과 함께하는 투쟁, 촛불시민과 함께하는 투쟁이 필요한 순간이다”고 전제했다. 또 박 대표는 “국정원 부정선거 문제와 공정방송 과제는 반드시 사생결단으로 함께 끌고 가야 하는 사안이다”고 말하며 언론노조의 총력투쟁 외연을 넓혀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성주 언론노조 MBC 본부 위원장은 “방송학회 토론회에서 현재 공영방송의 공정성은 낙제라는 논리가 나왔다”고 개탄하며 “MBC 사측에게 공정방송을 촉구했더니 언론노조를 탈퇴하라는 말만 들었다. 이게 정상적인 사고방식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이 위원장은 “작년 MBC 파업 당시 노조가 얻어낸 결과물도 유야무야되고, 국회 방송공정성 특위의 결과물도 존재하지 않는다.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 이제 싸워야 할 때”라고 전했다.
김유경 언론노조 전자신문 지부장은 “삼성은 야구 우승했다고 자화자찬하며 근로자의 죽음을 외면하고 있고, 정부는 전교조를 노조의 울타리에서 쫒아내며 대통령은 외국에서 패션쇼만 하고 있다”고 꼬집은 뒤 “지금은 언론이 싸워야 할 순간이다. 총력투쟁에 최선을 다 해야 한다”고 결의를 다졌다.
이번 언론노조의 총력투쟁 선포는 국회 방송공정성 특위의 활동시한이 30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해직언론인 문제 및 종편 8VSB 허용 논란 등 대한민국 미디어 환경이 총체적 난국에 빠져있음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언론노조는 전국을 돌며 국회 방송공정성 특위 소속 위원들을 압박하는 한편 토론회와 기자회견을 열어 적극적인 의견개진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언론노조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KBS와 MBC는 공영방송의 본분을 망각한 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불법 선거운동 의혹 등 정권과 보수언론이 던진 국면 전환용 의제를 확산시키며 정권의 구원투수임을 자처하고 있다”며 “이명박 정권에서보다 더욱 편파보도를 일삼고 있어 언론계는 가장 참담한 상황을 맞고 있다”고 꼬집었다.
동시에 “KBS는 담당 PD의 반대에도 프로그램 진행자를 일방적으로 바꾸더니, 그것도 모자라 제작진을 전원 교체해 제작 자율성을 침해했다”며 “또, MBC는 김종국 사장에 이어,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까지 나서 상급단체의 정치 편향성 운운하며 언론사 노조의 민주노총 탈퇴를 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독재 정권에서조차 일어나지 않았던 일들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종편을 지원하기 위해 8VSB(8 Vestigial Side Band:지상파 케이블방송 전송 방식 중 하나) 도입 등을 허용하려 하고 있고, 언론사들은 회사에 순응하는 언론인을 양산하기 위해 앞다퉈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려 하고 있으며 YTN 해직 기자들은 5년이 넘도록, 1863일째 일터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며 “미디어 생태계를 파괴하려는 시도도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전국언론노동조합은 공정보도 쟁취를 위해서 1만 2천 언론노동자의 이름으로 총파업을 불사한 총력 투쟁을 선포한다”며 “전국의 새누리당 소속 특위 위원들의 사무실을 찾아 지역 언론노동자들과 힘을 합쳐 특위 위원들의 무책임함을 규탄하고 적극적인 활동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특위 위원들의 활동 실상을 알리는 보도 투쟁을 조직화하고, 비상시국회의를 구성해 모든 양심 세력과 강고한 연대 전선을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